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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Emilio Feb 27. 2017

[인사] Hard Skills & Soft Skills

인사의 시작과 끝은 채용이다

오늘 '협상력'과 관련한 내부 강의를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컨설팅 방법론과 협상력 내부 강사로 위촉(?)되었습니다. 오늘 강의는 수강 직원들에게 제가 협상력 강사로 적합한지 고해성사를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만약 협상력이 높았다면, 교육 기획자나 본부장님과 협상을 잘 해서 강사에서 빠질 수 있었을 텐데요, 이 점 감안하시면서 들어주십시오."


협상력 강의

협상력과 관련한 교육과정은 꽤 많습니다. 다만 강좌를 듣고 일취월장했거나 큰 계약을 땄다는 뉴스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협상력'은 Soft Skills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생활에 필요한 Skills은 크게 Hard Skills과 Soft Skills로 나뉩니다. 


Hard Skills vs. Soft Skills (출처 : https://goo.gl/674plr)


Soft Skills은 행태적이며, 특정한 분야를 뛰어넘고, 손에 잡을 수 없는 기술을 말합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측정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협상력, 리더십, 인간관계, 협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에 반해 Hard Skills은 기술적이고, 전문적 분야에 국한되며, 형태가 있는 기술입니다. 전문지식, 기술지식, 직무능력 등이 해당하며, 측정과 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기업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기술들이 적절히 배합되어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사담당자라면 당연히 이 두 가지 기술을 배양하는데 노력을 다할 겁니다. 외부교육을 보내고, 내부강사를 양성해서 내부 프로그램을 돌립니다. KPI(주요성과지표)에 해당 사항을 넣고, 평가법을 개발하겠죠. 결과는 어떨까요?


Soft Skills과 Hard Skills은 다르다

아쉽게도 반 쪽짜리 성과 밖에는 거둘 수 없을 겁니다(현실적으로 반쪽이라도 성공하면 다행일 수도). Soft Skills은 교육한다고 향상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타고나는 것'입니다. 마치 연애의 기술이 책을 많이 본다고 터득되는 것이 아니듯, 타고나는 기질에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친구들 중에 남자(혹은 여자)를 잘 꼬시는 친구가 공부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듯 말입니다.


두 가지 Skills을 향상시킬 방법은?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 교육은 Hard Skills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측정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 과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예를 들어 시험 등) 피교육자들의 수용도가 높습니다. 인사담당자에겐 따지고 덤비는 직원들이 늘 골치지요. 또한 요즘 같은 불경기에 교육의 ROI가 분명치 않은 Soft Skills을 추진하는 건 바로 경영진에게 한 소리 듣기 딱 쫗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사담당자의 고민

정답은 채용 프로세스를 재정립하는 것입니다. 대략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에선 '서류 심사 - 1차 면접 - 2차 면접 - 채용여부 결정'의 과정을 거쳐 채용을 합니다. 1차 면접은 대개 임원들의 면접인데 자기 사업부 직원 채용이 아니고선 크게 관심 없습니다. 2차 면접은 팀장급 면접인데 주로 지원자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집중돼있습니다. 즉 Hard Skills 보유 여부가 중심인 겁니다. 


구글은 면접을 열 번까지 본다죠? 지원자에겐 끔찍한 얘기지만 단순히 Hard Skills을 갖추고 있는지만 본다면 열 번까지 필요 없을 겁니다. 지원자가 문제 해결 능력은 있는지,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의 지극히 Soft 한 부분을 보기 위해 그런다고 합니다. 그만큼 Soft 한 부분은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접하게 하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이지요. 술자리 면접, PT 발표, 토론 면접 등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신규 인력 시장에는 공급자 초과 시대입니다. 인사담당자의 운신의 폭이 넓습니다. 지원자들 중 옥석을 가릴 기회를 한 두 번 더 갖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경험상 제대로 된 회사일수록 채용 절차가 까다롭고 정교합니다. 썩은 사과 하나가 박스 안 전체 사과를 썩게 하듯 이상한 인재의 폐해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노선과 정책과 부합하는 Soft Skills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이 인사부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용의 중요성

지난 19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봐왔습니다. 해외유학, SKY 출신 등 고스펙부터 고졸 출신까지 모셔 보고, 같이 일하고, 뽑아보고 했습니다. 좋은 스펙인 경우 좋은 인재가 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다만 회사의 충성도는 기대만큼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스펙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열등감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 충성심 가득한 마음으로 일에 매진하면서 성과를 낸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사실 이 부분을 잘 하는 조직이 '삼성'입니다.

삼성에 대한 여러 꼭지들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스펙 높은 직원을 선발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첫 째, 해당 지원자의 능력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인사부서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둘째, 해당 지원자가 입사 후 업무 부적응 등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 시에 면피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포지션이 있는 부서장은 실무능력(Hard Skills)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인사부서는 Soft Skills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와 지침을 적절히 제공해야 합니다.


P.S 물론 Soft Skills 교육이 절대 필요 없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 상황극이나 사내 실사례를 들어 수강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고민하게 하는 진짜 교육은 절실히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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