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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Emilio Nov 04. 2020

임원 승진이 당신의 목표입니까

팀장으로 산다는 건2_#4

연말이 되면 신문 동정란에 기업 인사가 올라옵니다. 주로 임원급입니다만, 그들이 승진하면서 공석이 된 '팀장급' 자리도 누군가로 채워졌겠지요. 대략 100명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그중 20명이 팀장이 되고, 1명이 임원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임원은 높은 대우와 좋은 근무 여건을 허락받기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소위 '별'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예전에 밀림에서 표범에 쫓기는 영양 사진이 유행했었습니다. 맹렬히 먹잇감을 쫓는 표범 바로 앞에 절박한 영양이 있는데, 옆에는 간발의 차로 그 상황을 피한 동료가 있는 모습이었죠. 그래서 내 동료보다만 빠르면 위기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예시로 언급됐었습니다. 사내에서 임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도 비슷하다 생각합니다. (사내에서 경쟁을 뚫고 임원이 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만) 동료를 제치고 임원이 됐다고 해서 해당 업계의 최고 인재로 공인된 것일까요.


표범의 사냥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대기업 계열사 임원이 한 분 계셨습니다. 나름의 자부심과 성취감이 높으신 분이었죠. 승진 축하 화분이 가득한 사무실에 저를 불러 자랑하시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3년 정도 지났을까, 그분이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랬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업계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조우했습니다. 자신감 없는 초췌한 모습이 예전과는 몹시 달라 보였습니다. 술에 취하셔서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셨는데, 저는 이 말씀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이 업계에서 발이 넓었잖아. 내 폰에 업계 사람들 전화번호만 천 개가 넘어. 그런데 말이야, 임원에서 밀려난 후론 전화 한 통이 없더라고. 아무도 날 찾지 않더란 말일세."


이처럼 임원에서 퇴직한 후에 후유증을 호소하는 분들을 여럿 본 적이 있었습니다. 현업에 있었을 때 존경받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균 이상으로 성취를 달성했던 분들인데,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개인의 성격과 몸담았던 산업의 특성의 차이는 배제하고 공통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임원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물론 사장까지 노렸던 사람도 있었지만.

- 임원이 되기 위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았다. 사내 정치는 물론, 동료와 부하 직원을 찍어 누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 본인의 실력보다는 승진을 위한 학습에 몰두했다. 의사결정권자와 어울리기 위해 그들의 취향을 연구하고 동기화하고자 했다.


결국 이들은 '사내 사냥'에서 성공한 표범이었지, 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그 사람이 앉아있던 자리가 임원이었지, 그 사람이 임원은 아니었던 겁니다.


퇴직 임원의 넋두리

회사에서 직원으로서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전문가로서 자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 글을 통해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는 '파트너십'이고, 직원 개개인은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팀원을 프로로 만드는 첫걸음' 참고). 자신을 프로로 작정하고 그 길로 나아가겠다는 사람은 단순히 임원이 되기 위한 사람과는 달리 행동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를 초래하는 사내 정치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윗사람 비위나 맞추는 것과는 거리 있는 행동을 할 것입니다. 현재 본인의 전문가적 자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배움을 계속하리라 봅니다.


직원이 프로로 열심을 내는 것에 대해 회사는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와중에 루틴한 기본 업무는 점차 로봇과 컴퓨터가 대신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점차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독립적인 개체로 변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법무법인, 컨설팅회사, IT 기술회사, 금융회사 등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진행된 지 오래입니다. 아울러 인사관리 방향 역시 개별 직원의 커리어 패스를 기획해주고 지원하면서 직무 만족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로가 되는 길

프로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현실에서 안타까운 점은 프로가 되는 것과 그렇다고 인식되는 것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노력 끝에 프로의 경지에 올라섰지만 아쉽게 사내에선 인정받지 못하는 숨은 인재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따라서 프로가 되는 과정에서 나를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동반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자질 향상과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한 세가지 팁을 소개합니다.


첫째, 자발적인 학습조직을 만듭니다. 본인이 프로가 되고 싶은 분야와 현재 맡은 직무와 관련된 분야를 찾아 함께 공부할 직원들을 조직합니다. 많은 회사가 CoP(Community of Practice)나 동호회 등의 이름으로 학습조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본인이 리딩하면서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을 구성할 때는 여러 부서 직원들을 참여 시켜 선도적인 이미지를 전파하는 데 신경 써야 합니다.


둘째, 남의 입을 빌어 나를 말하게 합니다. 홍보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래서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되지 않은 내용이 신문에 게재되는 것이죠. 사내라면 분명 그룹웨어나 기업포탈 사이트에 '게시판'이 있을 겁니다. 어떤 기업은 지식관리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학습조직에서 학습한 내용에 자기주장을 더해 정기적으로 올려두면 되겠습니다. 


저는 예전 직장에서 '기획서 잘 쓰는 방법'이란 글을 입사하자마자 올려 두었고, 매년 몇 명의 직원들로부터 '좋은 글 잘 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매년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내 글은 나를 계속 어필하고 있었던 겁니다.


셋째, 타 부서에 도움 될만한 일을 찾아봅니다. 팀장이라면 팀 내 활동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아울러 직속 상사에게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외 팀장에 대한 평판은 유관 부서의 팀장들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직의 특성상 그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그들의 조력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 인사팀장 : 경쟁사의 인력 채용 시 특이사항(예: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신규 인력 채용 공고 등)을 전략팀에 알려주기

- 구매팀장 : (자사보다 선진적인) 구매처로부터 얻은 매출채권 회수 관련 선진 노하우를 영업팀에 알려주기

- 연구개발팀장 : 기술 컨퍼런스 또는 전시회에 참석한 경쟁사 또는 잠재적 경쟁사의 동향을 알려주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능력을 갖추는 일 못지않게 그렇다고 인식되는 일도 중요합니다. 사람 능력의 총량은 실제 그 사람이 가진 능력에, 남들이 그렇다고 인정하는 능력을 합한 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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