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라이프

수요일 오후

by just E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유월이다.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에코백에 넣어왔던 책을 꺼냈다.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아이스라떼는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두었다.


수요일 이른 오후 시간이지만 공원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어린아이, 대학생처럼 보이는 커플, 우리 부모님 연배 정도로 보이는 노부부,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 아줌마들.


이런 광경은 이 세상에서 나만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일말의 죄의식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을 눈 녹듯이 녹여준다.


이 세상 사람들아, 보라.

이렇게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단 말이다!

그래!!

한순간 백수의 감정에서 여유 있는 삶을 사는 금수저처럼 신분을 상승시키는 줏대라곤 1도 없는 센시티브 한 인간이 바로 나다.


공원 안까지 걸어 들어왔던 시간만큼 흘렀을 때쯤 벤치에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잘한 일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유월의 평일 오후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삶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떤 게 더 가치 있는 일인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 무엇도 모르겠고 그 무엇에도 대답할 순 없지만


오늘 나의 하루는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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