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성찰
주일 명동에 나갔다.
서울에 나가기까지 들였던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뭔가 많이 .. 아까웠다.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아쉬웠다'라고 표현을 하겠지만 요즘의 난 '아깝다'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보이지 않는 어떤 상대와 경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기분과 비슷한.
더욱이 장마가 끝나 습도가 느껴지지 않는 저녁 바람은 제법 견딜만했다.
얼마 전에 발견한 (남들은 이미 다 아는) 남산 둘레길을 잠깐 걷기로 했다.
딱히 무엇인가를 한 게 없는 듯한 하루여서 끝냈다는 성취감을 나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붙여가면서 물질이든 정신이든 스스로에게 자주 선물을 한다.
7시,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나도 서울에 살았다면 주말에 남산이든 한강이든 팔랑팔랑 뛰어다녔을 텐데.. 잠잠했던 마음이 다시 일렁거렸다.
방향치와 길치에게 혼자 걷는 낯선 길은 불변의 법칙처럼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가게 한다.
'그래, 재미있네..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내가 늘 그렇지 뭐!'라고 생각했다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길은 인생이 되고 수많은 자문이 다시 꼬리를 물어 '잘하고 있는 걸까?' 답지 없는 의문 하나가 남았다.
그때쯤 발길은 목적지에 다다랐다.
순간,
'집에나 가야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 불쑥 아무런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던 하루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현실은 곧잘 상념들을 일순간에 종식시킨다.
(현실이 평탄하니 괜히 마음을 괴롭히는 게 아닌가...라는.......)
잠이나 자자.
12:11 am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