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획(불렛저널을 작성하다)
인생이 끝없이 되돌이표를 찍는 기분이었던 적이 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나이가 여든쯤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날도 있었다.
하루는 고단했고 일 년은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어쩌면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내일을 잘 살아갈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올해) 5월부터 아파트에 있는 주민 편의시설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평소 나에게 사지란, 최소한의 역할만 하는 미관적 껍데기에 불과했다.
다행히도 타고난 체질이 얇은 편이어서 남들에게 뚱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살아가면서 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었다. 단지 뚱뚱하지 않았을 뿐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뛰어난 바디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든지 S라인을 만들어야겠다든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 생각들이 잠시 잠깐 뇌를 스칠라 치면 '내가 외모와 몸으로 먹고사는 직업도 아닌데 굳이..'라는 생각이 불씨처럼 피어오르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처음에 계기는 단순했다.
난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시설 이용료가 터무니없이 저렴했다. 결정적인 건 터무니없는 이용료만큼만 운동기구가 구비되어 있어 '오늘은 무슨 운동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사실 그 공간 안에서 백개의 운동 기구가 있었다고 해도 유일하게 나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건 인바디뿐이었을 것이다.
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나의 몸은 궁금했다.
인바디 용지를 제대로 분석할 만큼 그것에 해박하지는 못 했지만 .. 나도 초등교육은 받아 숫자의 크고 작음은 알았기에 수치가 높아졌는지 줄었는지를 비교하면서 사칙연산 산수 놀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 이유 한 가지 더,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 계절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땀은 운동에 들인 나의 노력보다 더 큰 심리적 위안인 성취감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기록하다.
그날그날 운동을 하면 수첩에다가 운동을 갔다가 왔는지 아침과 잠자기 전에 몸무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두 달 그리고 이십여 일
(타인이 봤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냥... 나의 마음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매일 같은 운동을 하면서 드라마틱한 변화 따위는 없지만 인바디의 숫자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인생도 그런게 아닐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의 인생은 죽음까지 가는 시간 안에 반복적으로 무수히 찍히는 점 같다고 생각했었다. 인생에 한 획을 그을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생각의 오류
였다.)
인생에 획을 긋는 것은 결국 수많은 점들의 오늘이었다.
그 획이 길고 멋지게 뻗어 나가길 바란다면 그저 오늘의 최선을 다하면 된다.
한 가지 꿀팁은 기록을 하는 게 좋다.
가시적 기록은 성취감과 함께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