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함에 대하여

오늘의 생각

by just E

‘적당함’을 찾아가는 과정


제주에선 내리쬐는 땡볕이 살갗에 닿아 후덥지근하다 느껴지면 그때서야 시간에 구애 없이 바다에 들어가도 좋은 계절이 되었단 의미이다.

나의 발길에 일렁이던 모래를 지나 숨을 참고 발길질하여 조금 더 멀리 나아가면 그제야 각양각색의 줄무늬 물고기와 보말, 해파리가 있는 바닷속은 아름다웠다. 한껏 부풀려 폐포까지 가득 채웠던 산소가 희박해지긴 전까진 말이다.


딱 그만큼의 시간.


누군가의 불꽃같은 감정들은 나에게 있어 바닷속을 탐험하는 것과 같았다.

열정, 꺾이지 않는 의지, 단언, 주관, 확고함..

살아가면서 이런 것들을 가진 사람을 한 번도 부러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에서야 와서 생각해 보면 바닷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만큼, 딱 그 정도의 찰나 같은 시간만 그러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경쟁하여 무엇을 얻고자 했던 적이 있었던가?

맹렬하게 앞만 보고 달렸던 적이 있었던가?

확언으로 누군가를 잡아준 적은 있었던가?


(치열하고 간절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글쎄.. 늘 이런 생각의 끝엔

‘굳이?’라는 의문이 꼬리처럼 붙었다.


한라산을 올라도 숨이 차면 올라왔던 길을 돌아봤고,

보름만 더 견디면 연차가 바뀌는 시점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고,

머무르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알겠는데 그게 나의 삶에 어떤 걸 포기하고 어떤 걸 얻게 되는지,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는 납득하지 못했다.


버거운 감정과 시간


남들이 견디는 걸 나만 견디지 못한다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가 삶의 낙오자의 테두리 안에 자신을 밀어 넣었다.


나보다 잘 난 사람도 삶이 겨우 백지장 한 장의 차이라는데 하물며 내가 그 얇은 백지장을 바라보며 앞쪽에 쓴 생각이 뒷장에 비쳐 어제와 달리 생각하는 오늘의 나를 어찌 올곧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냥... 그저 적당하게.

그만큼 사용하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적당함이 삶의 습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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