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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Jun 30. 2024

적당함에 대하여

오늘의 생각

‘적당함’을 찾아가는 과정


제주에선 내리쬐는 땡볕이 살갗에 닿아 후덥지근하다 느껴지면 그때서야 시간에 구애 없이 바다에 들어가도 좋은 계절이 되었단 의미이다.

나의 발길에 일렁이던 모래를 지나 숨을 참고 발길질하여 조금 더 멀리 나아가면 그제야 각양각색의 줄무늬 물고기와 보말, 해파리가 있는 바닷속은 아름다웠다. 한껏 부풀려 폐포까지 가득 채웠던 산소가 희박해지긴 전까진 말이다.


딱 그만큼의 시간.


누군가의 불꽃같은 감정들은 나에게 있어 바닷속을 탐험하는 것과 같았다.

열정, 꺾이지 않는 의지, 단언, 주관, 확고함..

살아가면서 이런 것들을 가진 사람을 한 번도 부러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에서야 와서 생각해 보면 바닷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만큼, 딱 그 정도의 찰나 같은 시간만 그러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경쟁하여 무엇을 얻고자 했던 적이 있었던가?

맹렬하게 앞만 보고 달렸던 적이 있었던가?

확언으로 누군가를 잡아준 적은 있었던가?


(치열하고 간절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글쎄.. 늘 이런 생각의 끝엔

‘굳이?’라는 의문이 꼬리처럼 붙었다.


한라산을 올라도 숨이 차면 올라왔던 길을 돌아봤고,

보름만 더 견디면 연차가 바뀌는 시점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고,

머무르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알겠는데 그게 나의 삶에 어떤 걸 포기하고 어떤 걸 얻게 되는지,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는 납득하지 못했다.


버거운 감정과 시간


남들이 견디는 걸 나만 견디지 못한다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가 삶의 낙오자의 테두리 안에 자신을 밀어 넣었다.


나보다 잘 난 사람도 삶이 겨우 백지장 한 장의 차이라는데 하물며 내가 그 얇은 백지장을 바라보며 앞쪽에 쓴 생각이 뒷장에 비쳐 어제와 달리 생각하는 오늘의 나를 어찌 올곧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냥... 그저 적당하게.

그만큼 사용하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적당함이 삶의 습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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