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요가원에는 원장님과 두 분의 강사님이 계시는데 새벽반 수업 위주로 듣다가 보니 두 분이 요일에 따라 바뀌며 진행되었다. 만남이 없었던 나머지 강사님은 미스터리적 존재였다.
같은 클래스 도반님의 말에 의하면
"... 문 선생님은 준비 단계 없이 머리서기(살람바 시르사아사나)를 해요.. 한 번 들어 보세요"라는 말 뒤에 미묘한 입꼬리를 보고 말았다.
(당연히 난 준비를 하든 하지 않든 머리서기를 하지 못한다..)
어제 새벽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전날 12시가 넘어서야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과감히 새벽 운동을 포기하고 퇴근 후 오후 요가를 듣기 위해 꾸역꾸역 요가타월과 요가복을 챙겼다.
요가 등록 전 상상했던 '요가를 하는 멋진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 괴리가 생겨 요(가 권)태기가 올까 말까 하는 상태이다.
퇴근을 하는 길에 수많은 망설임 있었지만 결국 '간다'와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 속에 발걸음을 옮겨 요가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디어 문 선생님을 만났다.
'오른쪽 팔을 바닥으로 쭈욱 펼치시고 오른쪽 어깨는 무릎에 끼우시고 왼쪽 손으로 오른쪽 발을 잡고 팔은 활시위처럼 당기시고 왼쪽 가슴을 조금 더 천장으로 돌리시고 시선은 천장을 보세요.'
한 동작에 '(하) 시고(하) 시고'가 이렇게 많이 반복돼도 되는 건가?
'승생님, 한 동작에 하나의 명령어만 가능합니다. 이건 반칙이죠.'라는 말이 입 밭으로 쏟아질 힘도 없이 실소가 나왔다.
요가는 원래 어렵고 힘든 거니깐 선생님과 상관없이 찢어지는 고통도 댓츠 오케이였다.
수업이 마지막을 향할 즈음 양쪽 발을 잘 접어서 몸과 다리를 파드마 형태로 만드시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은 원을 그리며 나머지 세 손가락은 붙여 무릎 앞으로 쭈욱 뻗어 바닥을 향하게 하세요(파드마사마).라고 하셨다.
정적인 동작
요가의 최종은 이 자세로 마음의 평안함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가끔 반복적인 일에 미친 듯이 몸이 꼬이는 순간들이 있다. 그건 결코 어렵거나 힘든 일들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쉽고 단순한 일, 그러면서도 반복적인 일, 딱 그때처럼 몸의 꼬임이 스몰스몰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의 엉덩이는 한 없이 가벼웠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
나의 마음은 한 없이 쉽고 가벼웠다.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