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그어놓은 한계선

무해한 나의 일기

by just E

요가를 나가면 종종 원장님 새벽 요가 수업에 다른 요일 강사님이 나오셔서 수업을 함께 하신다.

처음에는 상상도 못 한 일에 바로 옆에서 요가를 하는 도반님을 보고 ‘어? 자세 예쁘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차담도 몇 차례씩이나 같이 했던 사이이지만, 사람의 얼굴을 잘 익히지 않고 잘 익혀지지도 않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얼굴이 구별되는 시점이 아니라면 굳이 그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보는 게 아니라 몸짓을 보는 편이다. 그러니 그 도반님이 우리 강사님인 줄 한 주가 지나서 아는 것은 다반사에 가까운 일이다.


요가를 하면 지정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리마다 숙련자와 초보자가 은근히 나뉘어 자리를 잡고 있다. 하필이면 첫날 수업부터 숙련자 자리에 매트를 깔았고, 꽤 오랫동안 그쪽 방향이 숙련자 자리인 줄 몰랐던 난 자주 그 보이지 않는 선을 침범하곤 한다.


오늘도 강사님이 도반님으로 참석한 요가 수업의 숙련자 라인 그것도 강사님 바로 옆에 매트를 깔았다.

수업은 적당히 숙련자 아사나와 초보자 아사나를 섞어가며 진행되었고 숙련자가 아사나 동작을 바꿔 나가며 할 때는 초보자는 한 가지 동작에 멈춰 그 동작을 유지하곤 했다. 반대로 초보자가 아사나를 바꿔 가며 배울 때에는 보통 숙련자는 사바아사나(송장자세)로 휴식을 취했다.


요가를 하다가 보면 ‘어? 나 좀 이제 많이 힘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반드시 오는데 이럴 때면 늘에 가까운 ‘오늘은 여기까지만!’이라고 자신과 타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옆에 있던 강사님의 떨리는 두 팔과 두 다리를 가까이에서 직관하며, ’다른 요일에는 가르치는 강사님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까짓게 뭐라고...‘라는 생각으로 하지 못하는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해 본다.






(하지만 여전히 난 할 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도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