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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나동 Jun 15. 2023

우린 엘리엇을 만나러 독일로 간다

막내의 스웨덴 유치원 단짝이 독일로 이사 갔다.

영어나 유치원 생활 등 모든 게 낯설었던 막내를 살뜰하게 챙겨주던 친구였다.

둘은 유치원에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던 중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에 가족 모두 너무 슬펐다.

스웨덴에 있으면 주말에 한번 보러 가기라도 했을 텐데 독일로 가다니 ㅠ.

EU 시민은 이사도 글로벌하게 가는구나 생각했다.

단짝이 이사 간 후 막내는 한동안 눈물바람이었다.

유치원에서도 단짝의 빈자리가 느껴져서인지 다른 친구들과 놀면서도 겉도는 느낌이었다.

아내와 친구 엄마는 아쉬운 대로 서로의 근황을 메시지나 동영상으로 주고받았다.

단짝친구 역시 슬픈 표정으로 'I miss you'라며 막내를 그리워했다

아내는 농담처럼 애틋한 두 아이가 만날 수 있도록 독일에 한번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사 전날 유치원 친구 생일잔치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두 아이

막내는 반복되는 일상과 시간 속에 단짝 없는 새로운 삶에 다시 적응해 나갔다.

그러다가 아내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생김새가 비슷한 아이를 보고 그 친구를 떠올렸고 막내 역시 잊을만하면 한 번씩 생각나는지 유치원에서의 단짝과 보낸 기억을 말하기도 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0여일 남은 부활절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됐다.

아내가 또 농담처럼 독일 한번 가볼까 말했다.

왜라고 물으니 '독일 간 막내 친구도 보고 겸사겸사'라고 그랬다.

사실 독일에 한번 가야겠다는 아내의 이전 말이 잊히지 않고 있었다.

그럼 비행기 표 알아보고 비싸면 가지 말고 저렴한 거 있으면 한번 고민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그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일에 가려고 마음 먹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만 명분이 필요했을 뿐.

한 며칠 비행기 표를 검색했는데 부활절 연휴 기간이라 표값이 인정사정 없이 비쌌다.

검색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비행기 값은 더 비싸져만 갔다.

유치원이 맺어준 인연

포기하려던 찰나 벨기에 남자친구와 결혼해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아내의 사촌동생이 떠올랐다.

아내는 스웨덴에 있어 한국에서 열린 결혼식도 참석 못해 그게 매번 마음이 걸린다고 했었다.

안 그래도 스웨덴에 있는 동안 네덜란드에 한번 가야 되는데 마음앓이만 하고 있었던 차였다.

아내는 '그럼 나가고 들어오는 도시를 다르게 항공기표를 찾아보면 어때'라고 제안했다.

설마 했는데 가장 처음 알아봤던 티켓보다 조금 저렴했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인데 비싸져만 가던 비행기 표만 보다 보니 엄청 저렴하게 느껴지던 미혹의 순간이었다.

막내의 단짝 친구도 보고 아내의 사촌동생 내외도 보고 그렇게 1석 2조의 여행 계획이 만들어졌다.

비행기 표 끊고 숙소를 알아보는데 독일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인데 네덜란드는 숙박비가 저멀리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는 수준이었다.

이건 뭐 2박 가격이 거의 80만~90만원대 풀빌라 수준이다.

"여보, 비행기 표 취소하자. 숙박비에 집 기둥뿌리 뽑히겠다."

"환불 불가인데."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환불 가능 티켓을 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럼에도 다음 번에 또 돈 몇 푼에 혹해 환불 불가를 끊겠지.

"인생 뭐 있나, 그래 우리도 시한부 EU 시민 아닌가. 글로벌하게 여행 한번 가보자."


잊지만 않으면 언젠간 꼭 만날 수 있다.

엘리엇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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