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다지 첫 순서인 ‘고하는 소리’는 하늘과 땅, 산신에게 이제부터 묏자리 작업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인사라 하겠다. 선소리꾼이 하늘, 땅, 산신에게 고하면 회다지꾼들은 “예~”하고 받는다.
에이허리 달회야
에~ 이번 소리는 산신님께 고했습니다. 예에~
에이허리 달회야
에~ 이 소리는 육지원님께 고했습니다. 예에~
여보시오 지원님들.
에~ 이번 소리는 외각손님들에게 고했습니다. 예에~
고하는 소리를 세 번 다 마치면 회다지꾼들은 좌우로 방향을 바꿔 둘씩 서로 마주 본다. 이제 회다지를 청하는 ‘청회’를 시작하는 것이다. 청회는 둘씩 짝을 지어 등을 대고 몸을 굽혀 땅에 살짝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이다. 일종의 준비 운동이라고나 할까.
연회는 본격적인 땅 다지기다. 이것 역시 둘씩 짝을 맞추어 발을 무릎높이까지 들어 올렸다가 쿵! 내려찍는다. 이때 발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굵은 나뭇가지 즉 횟대로 함께 땅을 찍어 다진다. 쉬운 것 같아도 서로 동작이 맞지 않으면 좁은 광중에서 다리가 엉켜 넘어질 수도 있다. 시계 방향을 돌면서 좌우로 몸을 틀었다가 발과 횟대를 구르는 동작을 반복하며 흙을 다진다.
연회 다음은 방회다. 방회는 자진가락에 맞춰 두발치기 혹은 세발치기로 진행된다.
선소리꾼이 “둘씩둘씩 마주 서서”라고 사설을 매기면 회다지꾼들은 “에이허라 달호”로 후렴을 받으면서 서로 마주 섰다가 횟대로 바닥에 찍으면서 둘이 인사를 한다. 그런 후 몸과 횟대를 좌우로 비틀어 흔든 후 펄쩍 뛰었다가 앞발을 구르면서 횟대로 마주 선 상대방의 머리를 세 번 내리치는 시늉을 한다. 이런 동작을 매기는 소리와 후렴을 주고받으면서 되풀이하는데 이를 세발치기라고 한다. 두발치기는 발을 앞뒤로 벌리면서 뛰는 각개뛰기 또는 발을 모아서 뛰는 모둠뛰기를 가리킨다.
두발치기건 세발치기건 동작이 시작되면 몹시 격렬해져서 회다지꾼의 온몸에 땀이 흐른다. 동작이 크기 때문에 두 사람이 빠져서 네 사람이 방회를 하기도 하는데, 힘이 들면 둘이 빠지고 대신 빠졌던 두 사람이 들어와 동작을 이어받는다.
방회는 숨이 가빠지는 탓에 연회처럼 오래 하지 못하나 소리가 매우 빠르고 경쾌하여 회다지꾼뿐 아니라 주변에 몰려선 사람들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게 만들며, 슬픔에 겨운 상주마저 잠시 슬픔을 잊게 해준다.
상고매기를 굽어들 주오 에이허리 달희야
당상부모 천년수요 에이허리 달희야
슬하자손 만세영을 에이허리 달희야
수용량이 풍부지요 에이허리 달희야
부용량이 무부지라 에이허리 달희야
창해유수 흐르는 물은 에이허리 달희야
- 연회에 매기는 소리(일부)
한 번은 상으로 쓸고 에이허라 달호
또 한 번은 하로 굽어 에이허라 달호
두 마치 장단에 발맞추어 에이허라 달호
추근추근히 다져를 주오 에이허라 달호
조선국의 팔도 산을 에이허라 달호
역력하게 돌아보니 에이허라 달호
함경도의 백두산은 에이허라 달호
압록강이 상응하고 에이허라 달호
평안도의 자모산은 에이허라 달호
대동강이 배합하고 에이허라 달호
황해도의 구월산은 에이허라 달호
수영산의 내맥이다 에이허라 달호
경기도의 삼각산은 에이허라 달호
한강이 해조로다 에이허라 달호
- 방회에 매기는 소리(일부)
여기서 달호, 달희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박자를 맞추는 숨소리 같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그게 무엇 중요하리. 연회를 거쳐 방회에 들어가면 회다지꾼들의 소리와 동작은 마치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만 같다. 그렇다. 세상 나오는 것이 축복이라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축복일진대, 춤을 추어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인생이란 춤을 추며 즐겁게 오고 가는 길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