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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 Pul Jan 02. 2024

니체 씨, 오늘은 안녕하신지요?_ 잊혀가는 것들

- #14 _ 잊혀가는 것들

# 14

  

잊혀가는 것들     


 시골에 살면 우체국을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등기, 택배가 편리하고 직원이 친절합니다. 사기업처럼 서비스가 강조된 탓이겠지요.


 요즘 우편 요금이 얼마인지 아시는지요? 규격 편지 한 통에 190원입니다. 사이즈가 달라지면 요금도 달라집니다. 궁금해서 창구의 젊은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관제엽서는 얼마인가요?”

 “?”

 관제엽서라는 뜻을 모르니 가격도 모를 수밖에. 요즘은 그런 게 없다고 합니다.


 예전 우정국에서 만든 게 관제엽서입니다. 관에서 만든 엽서. 우표를 붙이지 않고, 인쇄되어 있어 주소와 뒷면에 사연만 적어서 보내면 됩니다. 연말에 연하장 대신 여러 장 사서 간단한 그림과 함께 보내거나 인사말만 적어서 보냈지요. 그게 운치가 있어 문인이나 화가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서로 주고받은 엽서를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관제엽서를 제일 많이 사용하게 만든 곳은 방송국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신청곡을 관제엽서로 받았습니다. 이걸 관리하는 직원이 별도로 있었으며, 연말에는 예쁜 엽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잊힙니다. 단어도 사람도 마찬가지,

 얼마 전 낯선, 그러나 기억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번역 문학을 읽었습니다. 번역자가 부러 잊혀가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동달다 – 말을 덧붙여서 시작하다

 다문다문 – 시간적으로 잦지 않고 조금 사이가 뜬

 낙낙하다 – 어떤 기준에 차고도 조금 남음이 있게

 미주알고주알 – 이건 설명이 필요 없을 테고...

 동안을 두다 – 잠시 사이를 두다

 되작거리다 – 뒤적거리다 비슷한데 뉴앙스가 살짝 다르지요 

 버릇한다

 쉬슬다 – 여기저기에 알을 낳다 

 달구다

 천산지산하는 꼴 – 이런 말 저런 말로 자꾸 핑계를 대는 모양

 진대 붙다 – 진대는 남에게 기대로 떼를 쓰며 괴롭히는 것을 말합니다. 

 단마디 – 짧은 한두 마디

 시건때건 – 시도 때도 없이

 발밤발밤 – 가는 곳을 정하지 않고 발길이 닿는 대로 한 걸음씩 천천히 걷는 모양을 일컬음 


 시골에 내려와 사는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더러는 타인에게 잊혀 조용히 지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잊힌 사람이 되고 싶은 거지요. 그런데 막상 잊히면 서운합니다. 섭섭합니다. 그래서 이런 곳에 글을 발표하는 것이겠지요. 나 아직 살아있다... 그런 뜻.


 니체 씨도 그래서 스위스 산골에서 그처럼 열심히 글을 쓴 것은 아닌지요.

 언젠가는 모두 잊히는 게 삶인 것이어늘...     


덧붙임 / 예전엔 신발 사이즈를 나타내는 말로 ‘문’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몇 문짜리 신발 주세요.” 이랬지요. 오일장에 나가 신발 장사 상인에게 물었더니 뒷머리만 긁습니다. 혹시 ‘문’의 크기를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합니다. 쓰고 있는 작품의 대화에 꼭 사용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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