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 나도 돈 많은 백수이고 싶다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16 / 나도 돈 많은 백수이고 싶다

초등학생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돈 많은 백수요.”

“유투버요.”

돈 많은 백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다.

“나도 돈 많은 백수가 되면 좋겠다. 그런데 돈 많은 백수가 되려면 백수가 먼저 되어야 할까, 돈 많은 게 먼저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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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재수를 마친 인간입니다.

재작년에 정말 가고 싶었던 대학 면접에서 긴장하는 바람에 횡설수설, 광탈했고 쓰레기 같은 저는 그거에 휩쓸려서 수능을 망쳤습니다. 생전 생각지도 못했던 대학 붙어보겠다고 정시에 도전했지만 낙방했습니다.

재수를 할 때는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보다는 훨씬 점수가 잘 나오긴 했습니다. 우울함을 이겨보겠다고 그런 점수에 만족했어요. 그리고 수시를 쓰는데 논술을 했지만 안 될 것 같아서 학종을 한 군데 넣었습니다. 결국엔 추합으로 지금 붙은 상태입니다. 사실 이곳은 작년에 학종을 썼어도 붙지 않았을까 싶어요. 인서울도 아니고 지방이어서 인식도 그렇게 좋지가 않아요.

문제는 여기를 나와도 뭘 될까, 싶어서 불안합니다. 인서울의 삐까번쩍한 과를 나와도 직장을 구하네 마네 하는데, 생각만 하면 기가 막힙니다. 여기를 다녀 말어?

코로나 때문에 아빠는 힘들어하시고, 오빠는 대학 졸업반이라 취업 때문에 힘들고,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연이어 돌아가셔서 우울증이니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대학교 들어가기도 전인데 벌써 졸업 후를 생각하면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뭘 해서라도 얼른 성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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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친구 역시 순서를 헷갈리고 있다. 일단 학교를 들어가고, 전공을 제대로 공부한 다음 취업에 대비하는 게 순서인데 그 과정을 건너뛰고 취업 걱정부터 한다. 이 친구의 꿈도 돈 많은 백수란다. 아마도 그걸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뭘 해서라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성공한다는 것처럼 좋은 말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조금 노력하면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줄 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되려는 것이 되려면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돈 많은 백수.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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