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수퍼는 우편번호 25237.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대동로 19에 위치한다. 주인은 김가온 씨. 귀여운 얼굴은 중학생 같고, 당돌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걸 보면 세상을 제법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여성.
원래 이곳은 한성수퍼가 있던 자리였다. 삼십 년도 더 된 노포였다. 군청에서 그리 멀지 않기는 해도 읍내 중심가 번잡한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몇 년 전부터 주변에 마트며 규모가 큰 수퍼마켓이 들어서자 손님이 줄어들었다. 오랜 단골들도 눈치를 슬슬 보며 값이 더 싸고 물건이 좋은 마트로 가버렸다. 동네 꼬맹이들이 과자를 사러 오거나 담배를 찾는 사람이 전부이니 현상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가온이가 한성수퍼를 인수해서 리모델링하자 다들 혀를 찼다. 카페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인근에 카페가 몇 군데 있었고, 기존의 카페도 영업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은 고장에 무슨 카페가 그리 많은지 큰길, 작은길, 골목 할 것 없이 몇 걸음 걸으면 카페, 모퉁이를 돌면 또 카페였다.
그러거나 가온이는 도면을 그려가며 직접 리모텔링을 마친 후 간판을 내걸었다. 기억수퍼.
밝고 환했다. 앞면은 통유리를 끼워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테이블은 큰 것 하나 작은 것 둘을 마련했다. 빵을 구워서 냄새가 좋았고, 커피 맛은 산미가 진했다.
상호 ‘기억수퍼’는 가온 씨와 가온 씨의 아빠 김시동 씨의 합작품이다. 카페를 열기로 했을 때부터 이름을 먼저 지었다.
김시동 씨는 횡성군 우천면 정금리에 있는 ‘횡성 회다지소리 문화체험관’의 책임관리를 맡고 있다. 이곳에서 회다지소리의 아카이브를 담당한다. 명함에는 아키비스트(Archivist)라고 적혀있지만 누가 직업을 물으면 ‘사회적 사진가’라고 답한다. 지역 사회의 기록을 남기는 사진가라는 뜻이다. 그는 이 직업을 창직(創職) 즉 새로 만든 직업이라며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기록은 크기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다.”
“모아져야 자료가 된다.”
“기억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사진은 언어다. 한 단어 언어지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타인의 기억으로 존재한다.”
김시동 씨가 즐겨 강조하는 말이다.
헌데, 회다지가 무엇인지 아시는가? 죽은 사람의 묘를 쓸 때, 땅을 파서 관을 묻고, 여러 사람이 광중에 들어가 석회를 섞은 황토를 발로 쾅쾅 밟아 다져주는 것이 바로 회다지며, 이때 박자를 맞추어 부르는 노래가 회다지소리다. 그러므로 회다지소리를 말하려면 필경 죽음부터 언급해야 한다.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은 기억으로 존재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