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기억수퍼 20화

기억수퍼 - 00 글을 시작하며

by Li Pul

W.G. 제발트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당혹감과 함께 글의 ‘새로운 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단순한 결론. 삶은 물론 죽음도 타인이 기억해주는 것으로 남는 것. 개인의 기억은 공동체의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된다. 전설이 되고, 헛소리가 되고, 누군가의 기억에 새로운 기억을 덧입힌다. 결국 나의 기억은 너의 기억이 되고, 너의 기억은 나의 기억이 된다.

세상은 기억 수퍼마켓이다. 기억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래’하는 것. 오고 가고, 쌓거나 잊혀가는 기억의 조각들을 ‘거래’하는 집을 생각해 본다.

기억은 왜곡된다. 그러니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변형된다. 다른 말로 하면 살아 움직인다고나 할까. 그러므로 기억수퍼에서 나누는 기억은 진짜일 수도 있고, 가짜일 수도 있으니 사실 여부를 따지지 마시라. 그게 기억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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