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내면의 강성국 씨.
가히 치킨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남들은 주말마다 치맥을 즐긴다지만 강성국 씨는 그러지 못한다.
일곱 살 때, 무슨 일인가 엄마도 없고 혼자 남았다. 마루에서 혼자 놀다가 봉당으로 내려섰다. 초여름 무렵이었나? 담 아래의 그늘진 곳에 꽃이 무성하게 피었는 걸 보면 여름이 맞을 것이다. 무심코 꽃 앞으로 다가가는데 무엇이 푸드덕 튀어 올랐다. 꽃 속에 숨어 있던 수탉이었다. 그놈 역시 무심하게 땅을 헤집으며 벌레를 잡아먹고 있다가 누가 다가오자 깜짝 놀라 푸드덕 날갯짓하면서 튀어 올랐던 것. 아무 생각도 없었던 소년은 수탉이 덤벼드는 순간 그만 기함하고 말았다. 마침 엄마가 발견하고는 아이 얼굴에 찬물을 끼얹어 깨어났다.
중학교 무렵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친구들과 골목길을 걸어 하교하는 길이었다. 그 또래가 그렇듯 골목길을 걸으면서 장난질이었다. 지나가던 개에게 괜히 소리쳐서 놀라 도망가게 만들고, 담 위에 핀 꽃을 꺾어 길바닥에 흩뿌리기도 하고, 마주 오는 여학생에게 휘파람도 불고.
골목 모퉁이를 돌았을 때 갑자기 닭이 튀어 올랐다. 웬 닭이 거기 있을 게 뭐람. 옆의 친구들은 그러거나 덤덤했는데 성국 씨는 아니었다. 성국 씨는 비명을 지르며 가방을 내던지고 죽어라 뛰어 도망쳤다.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된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후로 성국 씨는 닭의 ㄷ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다.
예비 신부집에서 치러진 약혼식은 화기애애했다. 반지를 주고받고, 양가 사이에 덕담이 오고 갔다. 이윽고 식사 시간. 잘 차린 교자상을 두 사람이 맞들고 들여왔다. 각종 고기구이에 생선 요리까지. 산촌이라 생선회는 없지만 그런 게 무슨 대수랴.
“차린 건 없지만 그래도 많이 드세요.”
장모 자리가 체면 차리지 말고 많이 드시라며 상 가운데 놓인 뜨거운 냄비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성국 씨가 앉은 자리에서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냄비에 벼슬도 선명한 수탉이 잘 삶아져 얌전하게 앉아 계셨던 것.
잠시 놀랐던 신부쪽 식구들이 사연을 듣고는 박장대소. 소문은 금세 동네 전체로 퍼져 성국 씨 가족이 동네를 나설 때는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고.
지금도 강성국 씨네 가족은 치킨을 먹지 않는다. 성국 씨를 배려해서.
치킨에 대한 무서운 기억. 그나마 치킨인 게 다행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