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영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송이 Feb 09. 2023

수영과 다이어트

근육이 튼튼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살 많이 빠지셨네요?”     


수영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실제로 몸무게는 별 변동이 없는데 사람들은 다 내게 살이 빠졌다고들 말한다. 수영을 시작하고 허벅지 안 쪽이 딴딴해지고 허리를 곧추 세워 앉는 습관에 생겼다. 물에 뜨기 위해 코어 근육을 딱 잡고 몸을 바로 펴야만 하기에 그런 것 같다.      


몸매가 정리되는 느낌 정도는 든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인바디 결과표 상에서도 지방량은 줄고 근육량이 늘어있었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은 줄고 기초대사량은 떨어져 젊었을 때와 똑같이 먹어도 살이 찐다. 수영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수영하고 나면 허기가 져서 허겁지겁 뭔가를 마구 먹곤 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 포만감이 거북했다. 조금 많이 먹고 수영장에 들어가 수영을 하면 확실히 몸이 무거워 헤엄이 잘 쳐지지도 않았다.      


 헤엄을 쳐보면 그날의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알아챌 수 있었다. 많이 먹은 날은 몸이 무거웠고 속상한 일이 많았던 날은 또 물속에서 헤엄을 치면서도 잡념이 많았다. ‘아 그때 이렇게 행동했어야 하는데, 난 농담처럼 한 말이었는데 상대방한테는 그게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때 하지 못한 말을 후회도 해보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한 말들도 복기해 본다. 속상한 일이 많은 날은 더 세고 거칠게 물을 내리치며 헤엄을 친다. 몇 바퀴 돌다 보면 숨이 가쁘고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터질 듯 요란하게 뛴다. 그렇게 더 헤엄치다 보면 시끄러웠던 마음이 고요해진다. 아기일 때 엄마 뱃속의 양수 속에서 헤엄치며 편안함을 느꼈듯 물속에서 난 긴장이 풀리고 안정된 느낌을 받는다. 수영을 마치고 수영장을 나설 때는 고요하고 단정한 마음을 품고 가벼운 발걸음이 된다.      


 처음에는 숨이 차서 50미터도 한 번에 가지 못했던 내가 지금은 몇 바퀴를 도는 걸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폐활량도 좋아진 듯하다. 또한 수영은 전신 운동이 된다. 발과 팔, 허리, 몸통, 목 근육 등 안 쓰는 근육이 없다. 헤엄쳐 앞으로 나가기 위해 평소 안 쓰던 온몸의 다양한 근육이 쓰인다. 자고 일어나면 온몸의 근육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치지만 내 온몸의 근육들이 단련되고 있는 것이기에 이 고통이 반갑다.     

 수영을 통해 칼로리를 소모했다고 그 보상으로 먹고 싶은 것을 잔뜩 먹어버리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 다른 모든 다이어트도 그렇듯이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적은 양을 섭취해야만 살이 빠진다.


수영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나도 이렇게 수영 후 폭식을 해서 속이 더부룩하고 살이 더 찌는 것 같았다.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다. 꾸준히 수영을 하다 보니 위와 장을 꽉 채우지 않음으로써 편한 속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니 조금씩 먹게 된다. 그러자 위가 줄었는지 예전보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배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먹고 후회하는 일이 잦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금씩 먹고 약간 배가 고프다는 그 느낌을 즐기게 됐다. 이래야 수영도 훨씬 부드럽게 잘할 수 있다. 수영복을 입으면 몸의 윤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도 적게 먹는 데 일조했다. 수영만 하고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지지 않을 것이지만 수영도 하면서 적게 먹게 되니 자연스럽게 몸무게도 줄기 시작했다.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도 난 본래 운동을 좋아하고 즐겨했다. 걷는 것은 워낙 좋아해서 하루 만보 걷기 정도는 거뜬히 해냈다. 몸에 늘 달라붙어 있는 걷기 본능과 달리 근력 운동을 하기 위해선 크나큰 의지력과 끈기력이 필요함을 얼마간의 사투의 시간을 보내고 알게 되었다.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 난 먼저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시작했었다. 러닝 머신 위를 달리고 상체 운동 2가지 정도, 하체 운동 2가지 정도. 처음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던 코치님도 매일 와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내게 말을 걸었다.     


 “헬스장이 처음이라 기구 이용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체력이 진짜 좋으신 것 같아요.”      


이 말을 듣고 내심 기분이 좋았다. 멈추지 않는 열정과 체력으로 러닝머신을 걷는 모습을 보신 듯했다. 아이를 낳고 내 몸은 많이 비대해지고 둔해졌지만 아직 운동 본능이 살아있구나, 싶었다.      

어느 날 헬스장 코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근력운동을 왜 하시려고 하시나요? 살 빼시려고 그러세요?”     


난 사실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근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물론, 아이 낳고 안 빠진 몸무게를 생각하면 몸무게도 2-3킬로 정도는 줄이고 싶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목적을 두고 이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다. 난 정말 근육이 튼튼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난 정말 할머니가 되어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근육이 내 몸에 달라붙어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없어서 상황이 안 돼서 운동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쉽지만 하루 세끼 밥을 먹듯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해야겠다. 그 운동이 수영이라서 참 좋다. 헬스는 별로 재미도 없고 힘이 들어서 헬스장에 한번 가려면 엄청 큰 의지력과 열정이 필요했다. 수영은 칼로리 소모도 많이 되고 재미까지 있으니 틈만 나면 작은 마음 품고도 언제든 가게 된다. 수영은 몸에 큰 충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근력강화 운동까지 되니 정말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물살을 부드럽게 가르며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헤엄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근육이 튼튼한 수영 잘하는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떠올리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영의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