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송이 Oct 01. 2021

마흔, 브런치 작가가 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글 쓰는 삶에 대해, 책 쓰기와 글쓰기를 열망하는 내 마음에 대해 여러 날 뒤척이며 생각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도, 쓰고 싶은 글도 많은데 욕심만 많아서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일단 쓰라며 글쓰기 공부도 시작했다. 육아 집중기를 지나면서 쓰고 싶어도 여력이 없어서, 의지가 약해서 글이 되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쪽지에 일기장에 읽던 책에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적어둔 것들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그것들을 다시 한 편의 글에 담아보려는 시도는 몇 번이고 실패만 거듭했다.


첫 책 출간과 넷째 출산을 동시에 해낸 진귀한 경험과 그 책과 그 아이가 내 삶에 미친 영향들에 쓰려다 막히고, 네 명을 돌보며 온전히 엄마로 살아낸 시간들을 쓰려다 또 막혔다. 엄마의 삶에 대해 쓰려다 나 자신을 봤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내가 올해 마흔이라는 것도 알았다. 네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서쯤 그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던 나는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마흔.마흔. 이 '마흔'이란 두 글자가 내 삶에 훅 들어오자 서른 살부터 마흔 살까지 난 아이 네 명을 낳았고 그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엄마의 일에 매진하며 살았구나. 그러나 올해 마흔인데 마흔이라는 의식도 하지 못하고 올해 후반부가 다 되어서야 마흔이 이렇게 다가오는구나......


지지고 볶고 어떤 날은 사나운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분노를 퍼붓고 어떤 날은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석 같은 말들을 주워 담으며  끝없는 자식 사랑을 과시하는  애정 사이에서 나를 내려놓고 일단 내 앞에 다가온 무력한 신생아와 더불어 다른 세 명의 아이들을 정신없이 돌보다 보니 나에게 마흔이 배달되어 있었다.


매번 소리 지르고 매번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어떻게 하지 못해 부들 부들 떠는 엄마였지만 이 일상을 버텨내기 위해 애쓰는 시간들을 통과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돌봄에 학습의 업무까지 지워지게 되었을 때는 읽고 쓰는 일까지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치열하고 고된 시간도 버텼다.


 그럼에도 대체로 읽고 쓰는 일은 육아의 틈바구니에서 내 숨통이 되어주는 일이 잦았다. 걷기와 먹기 또한 그렇다. 매일 걸었다. 마음이 어지럽고 눈물 날 만큼 고된 날이면 그저 걸었다. 숨이 가쁠 정도로 빨리 걸었고 자연의 품안에 안겨 걷고 또 걷다보면 어느새 지친 심신이 달래졌다. 먹기는 또 어떠한가. 먹는 일은 내 삶에서 아주 중대한 일이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잘 먹는 나는 먹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건강한 몸은 결국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새겼다. 배만 불리는 밥상이 아니라 영양을 먼저 생각했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정갈하게 차리는데 신경을 썼다. 엄마가 건강 밥상에 관심을 가지자 나머지 가족들도  맛도 영양도 좋은 것을 얻어먹게 되었고 우린 점점 건강한 몸이 되어갔다. '가족들의 건강은 엄마의 부엌에서 결정난다'는 말을 실감했다.


읽기, 쓰기, 걷기, 먹기, 웃기. 앞의 두 개는 내가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것이고 뒤에  개는 내가 잘 하면서 좋아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일상 구석구석에 비치했다. 그냥 손을 뻗으면 손이 닿을 수 있도록. 걷다가 뭔가 떠오르면 쓸 수 있게 가방 속에는 항상 휴대전화 옆에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었다. 육아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잠시 숨 돌릴 틈이 나면 설거지하다가도 커피 한 잔 들고 앞치마 두른 채  베란다 한 쪽 구석에 놓인 캠핑의자에 앉으면 그곳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카페가 되었다. 상황이 완벽할 때 차려 입고 노트북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스타벅스에 가야만 내 온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런 완벽한 상황은 한 달에 한 번도 오지 않을 것임으로  스스로 살 길을 모색했다. 이렇게 나는 네 아이 엄마로서 굳건히 선채 내 삶을 온전히 누리는 법을 느리지만 단단하게 배워가는 중이다. 누가 뭐래도 '행복한 마흔'을 살고 있다.


브런치 작가 도전은 휘청대던 육아 집중기를 지나 행복한 마흔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제 시작이다. 내 공간이 생겼으니 앞으로 서툴지만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글쓰기 파편들을 동지 삼아 펜을 들어보려고 한다.

이전 14화 마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