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소리에 눈이 떠졌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다. 꾸에에엑- 꾸에에에엑- 쿠에에에엑– 생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다. 어이쿠, 누가 엄청나게 술을 퍼마시고 토를 하나 보군. 어? 그런데 사장님이 오늘 캠핑장에는 우리 가족밖에 없다고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깼다. 꾸에에엑- 꾸에에엑- 살의가 느껴지는, 혹은 누군가를 해치려고 달려드는 광인의 소리 같기도 했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촤악 돋았다.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어둠 속에서 아이와 내 쪽으로 누운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눈을 뜨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다.) 그가 천천히 검지를 입술 위에 가져갔다. 소리 내지 않은 쉿- 이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슨 소리야?’
‘…멧돼지? 살쾡이?”
여간해서는 심각해지지 않는 남편 양미간에 주름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가 고집을 부려서 오게 된 이곳 숲속에는 괴성이 계속 울려 퍼졌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화가 난 것 같기도, 절박하게 무언가를 (먹이를?) 찾는 소리 같기도 했다. 아이가 깨면 곧바로 울음을 터뜨릴 것이 분명했다. 그럼 저 짐승은 우리에게 달려올 것이다. 나는 자고 있는 아이 가슴을 토닥토닥하며 입술을 깨물고 기도했다. 제발 깨지 말아라.
눈알을 굴려 핸드폰을 찾았다. 원래는 텐트 천정 그물망에 걸려있어야 했다. 아, 망했다. 아까 저녁에 캠핑장 사장님이 오늘은 우리 밖에 없을 거라면서 메인 조명을 다 끄시고 퇴근하자마자, 고요한 분위기에 취해 남편과 좀 마셨지. 이제 대형 캠핑장 가지 마. 이런 숲속이 진짜야,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면서 말이지. 그러고는 둘 다 핸드폰을 전실 텐트 테이블에 놓고 여기로 들어와 버렸구나. 저 인간도 하필 핸드폰을 놓고 올 줄이야.
소리는 더 가까워졌다. 사실 핸드폰이 있다고 한들 무슨 도움이 되랴. 검색을 해서 무슨 동물인지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속여 저 짐승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만약 멧돼지라면 이 텐트를 짓밟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멧돼지는 몇 킬로지? 사람이 밟히면 척추도 부러진다는데…여차하면 내가 아들을 안고 엎드려야지,라고 결연하게 다짐했다. 살쾡이라면 텐트를 찢을 수 있을 거야. 그러고 아이를 물면 파상풍 위험이 있잖아. 여기서 24시간 하는 응급실이 있을까? 온몸이 경직되고 식은땀이 흘렀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 인지만 알아도 좋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거대한 짐승 소리만 우리 가족을 짓눌렀다.
그때, 스으윽 그 녀석이 텐트를 스치면서 지나갔다. 숨조차도 내쉴 수 없었다. 아이 입을 조용히 막았다. 그 시간이 몇 초였는지, 몇 분이었는지 모르겠다. 얇은 텐트 조각 바깥에는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밤의 숲이 있었다. 그날 숲속 캠핑장을 전세 낸 것은 애송이 같은 우리 가족이 아니었다. 숲 속은 그들의 것이었고, 우리는 완전히 무지한 이방인이었다. 누구로부터, 무슨 일이, 왜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어둠이 걷히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긴장을 해서 소름이 돋자 몸이 싸 해지면서, 배뇨감이 느껴졌다. 한번 배뇨감을 느끼자 온 신경이 거기에 집중되었다. 아, 안돼. 제발. 온몸에 힘을 주고 버텼다. 하지만 지금 내가 1분을 버틴 것인 것 10분을 버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나는 목에 두르고 있던 목풀러를 천천히 풀러 엉덩이 밑에 깔았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고, 본능이 원하는 대로 나를 놔주었다. (아주 비굴한 영역 표시였다고 해두자)
아주 잠시 뒤에, 포롱, 포로롱 하는 한 마리의 새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열을 세기도 전에 폭우가 쏟아지듯, 온 사방에서 수많은 새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놀라우리만치 갑작스럽게 온 사위가 밝아졌다. 숲의 아침은 그렇게 급작스럽게 어둠을 밀고 들어왔다. 아, 내가, 내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밝은 숲이었다. 텐트를 열고 나가자 방금 세수한 듯 산뜻한 어제의 캠핑장 그대로였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와 남편은 방금 깨어난 아이를 꼬옥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