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시모!(Ceellissimo!)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네 삶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이에 따른 개인 방역의 무게감은 여전하지만, 어느덧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든 조치가 해제되면서 언제까지고 얼어붙어 있을 것 만 같았던 우리네 일상의 봄이 드리우고 있다.
마냥 막혀있을 것 같았던 벚꽃 길은 개방되었고, 회색빛 가득하기만 했던 우리네 영혼에도 오색 빛 가득히 채색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이런 시기에 이미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꽃봉오리가 올라온 분들도 계시겠지만, 문화생활의 숨통을 아직까지 트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클래식 음악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매년 봄이 되면 여러 음악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중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벌써 17회를 맞는 이 축제에는 ‘첼로’가 특별히 강조되었다. 저음역을 뒷받침하고, 음악을 이끄는 중요한 키가 되는 첼로가 13일간 펼쳐지는 모든 음악회에 등장한다. 즉 축제 중 어떤 일정에 참여하더라도 첼로의 따스한 선율이 울려 퍼질 것이고, 이는 팬데믹에 얼어붙어 있던 우리네 마음을 서서히 녹일 수 있는 특별한 장치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SSF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폭넓은 음색과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첼로처럼,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로 모였을 때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어 아직도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와, 전쟁으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기가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축제를 관통하는 주제는 첼로에 두었다지만, 피아노 듀오의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신박듀오는 물론이고, 코로나19의 여파로 2년 만에 돌아온 프랑스 출신의 관악 연주자 올리비에 두아즈(오보에), 로망 귀요(클라리넷), 에르베 줄랭(호른)도 무대에 선다. 외에도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가 총 58명이라고 하니 실내악이라는 아기자기한 흐름 속에서 굉장히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일정이 탐스럽고, 매력적이다. 각각의 부제에 맞춰 우리네 영혼을 채워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년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고택음악회(장소:윤보선 고택)는 2회 잡혀있고, 예술적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갤러리 콘서트(장소:아트스페이스 3)도 예정되어 있다.
아티스트의 다양성 또한 눈에 띄는데, 호른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연주가 계획되어 있는가 하면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연주도 들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성 또한 잡으려는 듯 유튜브를 사로잡은 클래식 크로스오버 그룹인 '레이어스 클래식'은 가족 음악회에서 마주할 수 있어 입맛대로 축제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총 13개의 음악회 중 꼭 소개하고 싶은 3개의 음악회만 안내해볼까 한다.
4월 22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개막공연이 열린다.
프로그램과 참여 아티스트는 아래와 같다.
1. 슈베르트 / 4중주(노부스 콰르텟)
2. 프랑크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멜랑콜리 (Vn.한수진, Pf. 김다솔)
3. 멘델스존 / 피아노, 바이올린, 2대의 비올라, 첼로와 베이스를 위한 6중주
(Pf.김다솔, Vn.한수진, Va.김상진, 이화윤, Vc.이강호, Db.추대희)
4. 스크랴빈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Vc.강승민, Pf.문지영)
5. 라프 / 피아노 3중주 제3번(Pf.문지영, Vn.강동석, Vc.강승민)
프랑크 탄생 200주년, 멘델스존 서거 175주년, 스크랴빈 탄생 150주년 라프 탄생 200주년임을 생각해보면, 'ANNIVERSARIES'라는 부제에 담긴 의미가 너무 명확해 보인다.
4월 23일 토요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프로그램과 참여 아티스트는 아래와 같다.
1. 훔멜 / 플루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3중주(Fl.최나경, Vc.이정란, Pf.김영호)
2. 쳄린스키 /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3중주(Cl.로망 귀요, Vc.강승민, Pf.임효선)
3. 슈베르트 / 네 손을 위한 오리지널 주제의 서주와 변주곡(Pf. 신박듀오)
4. 프륄링 / 피아노 5중주(Pf.김준희, Str.노부스 콰르텟)
오스트리아 태생의 작곡가들이 모였다. 특유의 반짝 거리는 재질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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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프로그램과 참여 아티스트는 아래와 같다.
1. 모차르트 / 플루트 4중주 K.298(Fl.최나경, Vn.이경선, Va.심효비, Vc.이정란)
2. 드보르작 / 피아노 3중주 제3번(Pf.김다솔, Vn.대니 구, Vc.박진영)
3. 모셸레스 / 플루트,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콘체르탄테(Fl.최나경, Ob.올리비에 두아즈, Pf. 박상욱)
4. 프랑크 / 피아노 5중주(Pf.김준희, Vn.강동석, 조가현, Va.이한나, Vc.이상은)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국경의 경계 없이 활약한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코로나19로 얼어 있던 국외여행에 대한 희망도 새록새록 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정말 너무나 매력적인 연주가 많다.
추가 일정은 아래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라며, 자세한 일정은 다음 링크(http://www.seoulspring.org/program/ssf-schedule/)를 통해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축제’라는 단어에는 ‘설렘’이라는 명사도 함께 따라다니는 것 같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팬데믹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던 우리들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워보는, 얼어붙어 있던 우리네 마음이 녹아내리는, 회색빛이 가득했던 우리네 영혼에 다양한 색으로 채색해보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클래식 음악의 진입장벽이 있어 선뜻 나들이하기 어려운 분들은 지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글(https://brunch.co.kr/@2rivercircle/13)을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그냥 그렇게 음악을 듣는다. 그저 들리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음악에 몸을 맡겨보시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