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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Youth of May, 오월의 청춘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갔을 사람들의 이야기

by 오름

매년 5월이 되면 나의 마음 한 곳을 아리게 하는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2021년 5월에 방영했던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 ‘역사가 스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나에게는 늘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장르 중 하나이기에 오월의 청춘도 역시나 쉽게 시작하지 못한 드라마 중 하나였다. 그러다 우연히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보게 되었는데, 유독 내 마음에 계속 맴도는 문장이 있었다. “그 5월이, 여느 때처럼 그저 볕 좋은 5월이었더라면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갔을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시작하게 된 오월의 청춘.


AKR20210611089100005_01_i_P4.jpg 드라마 내내 행복하기만을 바랬던 명희태 @ 드라마 오월의 청춘


드라마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장녀’ 명희와 ‘곱상한 부잣집 도련님‘ 희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저 여느 청춘들처럼 평범하게 사랑하고자 하지만 자신들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마음 아픈 현실을 겪어내는 명희와 희태, 그리고 혼란스러운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고자 하는 수련이와 수찬이. 드라마의 주요 이야기는 두 주인공 명희와 희태의 그저 예쁘고 ‘아련한 봄 같은‘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라마는 그 기획의도 대로 “비록 장엄하거나 영웅적이진 않아도, 그곳에서 울고, 웃고, 사랑했던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도 잊지 않고 조명한다.


MV5BZGViOGRhNzctYTg2Yy00ZTIyLWFlYWQtNWM3YWQyYjg4NTI5XkEyXkFqcGc@._V1_.jpg 잊지 않고 조명한 1980년 5월의 봄 @ 드라마 오월의 청춘


그저 어느 날처럼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광주 시민들이 겪어야 했을 통곡과 낭자한 피, 함성과 매운 연기로 가득한 5월의 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려 버린 1980년 5월 18일의 가슴 아픈 역사를 명희와 희태, 그리고 수련이와 수찬이를 통해 하나씩 풀어간다. 이들을 통해 역사의 비극 한가운데서 도망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맞서 싸운 광주 시민들을, 그 가슴 아픈 역사를 겪어내고 ‘매년 돌아오는 오월이 사무치게 아픈’ 그 마음을 지금도 견뎌내고 있을 남은 사람들을 조명한다.


맞서 싸우고, 겪어내고, 견뎌내는 이들을 기억하며 @ 오월의 청춘


언젠가 카테고리에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꼭 소개하며 맞서 싸우고, 겪어내고, 견뎌내야 했던 여느 평범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아끼고 있었고, 이렇게 소개하고 싶진 않았지만 써야만 했다.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기에 어떠한 말을 한다는 것조차도 늘 조심스럽지만,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평화와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할 수 있는 한 우리의 역사를 늘 배우고,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2024년 12월의 사태가 정말 충격적이고 화가 나다 못해 분노가 일어나는 이유인 것 같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지켜내고 겪어온 분들이 느끼는 그 단어의 무게를 알았다면 쉽게 내뱉을 수 말이 아님을 알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제대로 해결되어야 할 것임을 똑똑히 알고 있기를,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국민 모두가 지켜볼 것임을 알고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41년 후 전해진 명희의 기도문, 그리고 그에 대한 희태의 답장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주님 예기치 못하게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더라도, 그 슬픔에 남은 이의 삶이 잠기지 않게 하소서. 혼자되어 흘린 눈물이 목 밑까지 차올라도, 그것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 명희의 기도문


어김없이 오월이 왔습니다. 올해는 명희 씨를 잃고 맞은 마흔 한번째 오월이에요.

그간의 제 삶은 마치 밀물에서 치는 헤엄 같았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냥 빠져 죽어보려고도 해봤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 다시 그 오월로 나를 돌려보내는 그 밀물이 어찌나 야속하고 원망스럽던지요.

참 오랜시간을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로 살았습니다. 그해 오월에 광주로 가지 않았더라면, 그 광주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갈림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살지 않았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명희 씨가 돌아와 준 마흔한 번째의 오월을 맞고서야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그해 5월 광주로 내려가길 택했고,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좀 더 힘든 시련은 당신이 아닌 내게 달라 매일 같이 기도했습니다.

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았더라면 내가 겪은 밀물을 고스란히 당신이 겪었겠지요. 남은 자의 삶을요.

그리하여 이제 와 깨닫습니다. 지나온 나의 날들은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음을. 41년간의 그 지독한 시간들이 오롯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었음을.

내게 주어진 나머지 삶은 당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거센 밀물이 또 나를 그 오월로 돌려보내더라도 이곳엔 이젠 명희 씨가 있으니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헤엄쳐볼게요.

2021년. 첫 번째 5월에. 황희태.


끝내 희태에게 전해진 명희의 기도문 @ 드라마 오월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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