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을 두드려줘서 고마웠어
바야흐로 코로나19가 심했던 2020년,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 '삼연'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치열한 티켓팅에 참전해 예매를 성공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티켓팅 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공연 취소 및 좌석 한 칸 띄어앉기가 시행 되었는데, 마침 나의 자리가 띄어 앉는 자리였다는 슬픈 사실. 그렇게 티켓이 강제 취소를 당하며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던 뮤지컬은 바로, 요즘 장안의 화제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회가 닿지 않아 그 후로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는데, 2025년 무려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한 6관왕을 수상하고 10주년까지 맞아 여섯 번째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무조건 봐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티켓팅에 비장하게 참전하였지만 더욱 유명해져버린 탓에 결과는 장렬하게 실패. 그러나 덕후의 끈기로 매일 티켓링크를 들락날락하며 취소표를 노렸고, 마침내 표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 그렇게 만나게 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후기를 감동이 사라지기 전 바로 남겨본다.
10주년이자 여섯 번째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답게 '어햎'을 함께했던 배우들이 다시 돌아왔는데, 이번 뮤지컬에서 내가 만난 캐스트는 올리버 역의 전성우 배우와 클레어 역의 박지연 배우. 전성우 배우는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초연 때 헤르만 역으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좋아하는 배우고, 무엇보다 2020년에 만나려다 만나지 못한 '올리버'였기에 너무 기대가 되었다. 박지연 배우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에포닌 역 때부터 만나보고 싶던 배우였는데 기회가 닿지 않다 이번에 '클레어'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워낙 뮤지컬에서는 유명한 두 배우라 둘의 합이 정말 기대가 되었다.
[시놉시스] 사람과 완전히 흡사한 로봇인 올리버와 클레어.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려진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우연히 서로를 마주하고 조금씩 가까워진 둘. 반딧불을 찾아 예기치 못한 여행을 함께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사랑이 가져다주는 슬픔 또한 배우게 되는데…….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아 진짜 너무 좋았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푹 빠져서 즐겁게 관람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전성우 배우와 '클레어' 박지연 배우의 합이 너무 좋았는데, 로봇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부분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내심 걱정했는데 정말 로봇처럼(?) 연기를 잘해서 올리버와 클레어의 감정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었다. 극의 밝은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엄마미소를 지으며 보기도 했고, 점점 마지막으로 향하는 슬픈 부분에서는 계속 눈물 참느라 혼났다. 그 끝에 아픔이 있을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사랑하기를 택한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 더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으니까 여기까지!
객석에서 조용히 훌쩍훌쩍하는 소리와 함께 끝이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모두를 울려놓고는 밝게 인사하는 배우님들 덕분에(?) 마지막 엔딩 부분의 여운이 더 크게 남아버려 울컥했던 마음. 이번 10주년 공연은 이전 공연 보다 무대 사이즈가 커지면서 변화가 생겨 아기자기한 부분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약간 걱정했는데, '자체 첫 번째 관람'이라서 그랬는지 나는 너무 좋았다. 원래의 아날로그 한 감성과 함께 LED로 구성되는 배경도 좋았는데, 특히 반딧불이를 만나러 간 숲 속의 장면에서 LED와 함께 구현되는 무대가 참 좋았다. 극이 너무 좋아서 다시 재관람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표를 굉장히 어렵게 구한 터라 '자첫자막'이 되어 그저 슬플 따름이다. '어쩌다'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며, 제일 좋아하는 넘버인 'My Favorite Love Story'과 함께 10주년 기념공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관극 후기를 여기서 마무리 해본다. 문을 열어줘서 고마웠어!
[올리버] 뉴욕의 거리 비가 내리던 날
작은 우산 속 함께 걷던 우리
유난히 예쁘던 풍경 속의 낯설은 너
그렇게 넌 내게 찾아와 주었어
넌 그때 빨간 레인코트를 입고
[클레어] 난 빨간색은 절대 안 입는데
[올리버] 머리엔 빨간 털모자를 썼어
[클레어] 내가 아니라 산탈 만났군요
[올리버] 순간 온 세상이 고요해졌던 것 같아
내 심장 소리만 들렸던 것 같아
우리 처음 만난 비가 내리던 날
[클레어] 넌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듯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다가
그러다 결국엔 동시에 말을 꺼냈어
[클레어] 서로를 보면서
[올리버, 클레어] 웃어버린 우리
그렇게 우리는 시작하게 됐어
[클레어] 우리 처음 손을 잡았던 그 봄의 어느 날
[올리버] 우리 처음 입맞춤을 한 따뜻했던 저녁
[클레어] 내게 처음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던 밤
[올리버] 너를 처음 내 품에 안고 잠에서 깬 아침
[클레어] 마치 그땐
[올리버, 클레어] 그땐 온 세상이
고요했었던 것 같아
내 심장 소리만 들렸던 것 같아
그렇게 우리는 함께하게 됐어 그게 우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