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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Jun 10. 2020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당신께

편집자를 소개할게요.

딴지일보와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한 후 많은 사람들이 제게 말합니다. ' 저도 글을 쓰고 싶어요' 혹은 '저도 책을 내고 싶어요' (아이러니하게 아직 저도 책이 없습니다) 물론 주변에 글 잘 쓰는 지인을 실제로 딴지 일보에 필진으로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만,


하여 오늘은 작정하고 책을 내고 싶은 당신께, 편집자를 소개합니다.라는 글을 써서 위의 질문에 공식적으로 대답하려 합니다. 과연 우리는 책을 어떻게 낼 것인가!


사실 대한민국에서 책을 내는 방법은 꽤나 다양합니다. 이중 가장 쉽지만 지극히 어려운 방법 중 하나는  출판사 공모전이나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일입니다. 한데 이런데서 당선되려면 정말 어지간해선 안 된다는 게 크나큰 문제입니다. 그야말로 원고지 위에서 완벽한 자세로 스파이럴을하다 멋지게 트리플 액셀을 하고 흐트러짐 없는 착지까지 완성해야 명함 한 장 겨우 내밀어 볼 수 있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이런 곳의 진입장벽은 말도 못 하게 높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바로 자비 출판되겠습니다. 쉽게 말해 내 돈 내고 내가 쓴 글 내가 찍어 내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내는 책은 홍보가 잘 안 된다는데 있습니다. 당연히 중고 책방에서도 안 받아 주고요. 뭐 더러는 이렇게 출간된 책들이 빛을 보기도 하던데 글쎄, 이것도 좀 힘든 코스 중 하나지요. 물론 돈이 차고 넘치게 많으면 음.....


해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판의 방법은 바로 지금 이곳,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을 이용해 글을 쓰고 모아 출판사 편집자와 얘기를 해 보는 거예요. 저 역시 이 방법을 택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잠깐, 위에서 말하는 출판사 편집자란 뭐하는 사람들인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예 맞아요. 편집자란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편집자의 실제 업무 영역을 잘 모릅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저 역시 이들의 직업을 잘 몰랐을 땐, 뭔가 책 더미에 앉아 멜빵바지를 입고 굵은 돋보기안경을 쓰고 연필과 지우개를 들고 원고지의 오탈자와 사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함께 작업 하게 된 도서출판 푸른 숲의 이지은 편집자께서 '편집자의 마음'이라는 책을 냈고, 이 책을 읽으며 그제야 ' 아, 편집자라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책에 따르면, 편집자는 일단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교정 교열도 보죠. 하지만 이밖에도 많은 일을 합니다. 간단히 말해 책 제작의 전반적인 기획과 총괄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이해하시면 돼요. 멜로디와 가사를 원작자가 만들면 그 노래가 풍성한 리듬을 입게 도와주는 게 편집자다. 다시 말해 음악으로 치면 편곡이나 프로듀서 같은 수준, 솔직히 노래나 책이나 가공 작업 없이 날 것 그대로 시장에 나오는 건 힘든 얘기죠. 물론 어느 분야나  BTS 같은 예외는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간 저는 제가 만난 편집자들의 교정 스킬을 보면서 속으로 감탄을 많이 했습니다. 마치 이런 느낌이었어요. 어렸을 때 미술학원에서 내 엉망인 그림에 단 몇 번의 터치로 금세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 놓는 선생님의 솜씨를 다시 보는 기분, 눈에 띄게 뭘 바꾸진 않았는데, 어두워야 할 곳을 확실히 어둡게 연필로 쓱쓱, 또 빛이 들어가야 할 곳은 과감하게 지우개로 지워 내 밋밋하던 그림을 입체감 있게 살려내는 느낌, 바로 그 느낌이요.  


그러면 또 겸손한 편집자 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애초에 손댈 수 없는 원고가 있다. 한데 작가님 글은 전체적으로 불안정하긴한데 손대면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 손대는 거다. 또 그것이 편집자의 일이다. 말하자면 흙속의 진주를 찾아 먼지를 털고 상품화시키는 것.


하여 제가 오늘은 이런 좋은 편집자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브런치 사이트의 제 관심작가 목록을 전부 (제가 아는) 편집자들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 제 브런치에 오셔서 제 관심작가 목록을 눌러 편집자분들과 소통하시기 바랍니다. * 걱정 마세요. 다른 분들 브런치는 공감과 댓글을 타고 제가 귀신같이 찾아가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Anastasia Lee : 도서출판 푸른 숲 편집자

@어제 산책 : 다다 서재 편집장

@죽지 않는 돌고래 : 딴지일보 편집장

@브런치 팀


이밖에 편집자의 일이 더 궁금하시다면, 혹은 멀지 않은 미래에 편집자가 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따로 사서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라인 북스 : 편집자의 마음] 물론 일반 새내기 직장인들이 읽어도 공감하며 읽을 좋은 얘기들이 많기에. 아무에게나 마구 춫천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저한테 책을 내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뭐라고 할까요? 저는 그냥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쓰라고 합니다. 작가 김영하가 말했듯 읽고 쓰는 건 우리의 본능이니까, 그건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마 당신이 지금부터 매일 뭔가를 쓴다면 당신은 내 나이에 분명 나보다 더 멋진 글을 쓰고 있을 거다. 장담한다.


진심입니다. 살아보니 다른  몰라도 땀과 시간은 배신  하더라고요.  누구나 가슴속에 드라마  편은 있으니까. 시간을 들여 나만의 드라마를  다듬어 내는 거죠. 그럼 되는 거에요. 생각 보다 간단 합니다. 그러니 뭐가 됐든 지금 당장 쓰세요. 재능이 있으면 기회는 옵니다.  와도  어쩔  없고요.


전에 언제 우연히 들은 라디오에서, 게스트로 가수 조영남이 나왔는데 어떤 학생이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가수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가 말했습니다. "노래 잘하세요" 그러자 이런 시니컬한 그의 대답에 당황한 디제이가 (아마도 윤종신이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 끼어들어 "아 그건 기본이죠. 아마 선생님께서는 기본을 잘하라고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했습니다. 한데 다시 조영남이 그의 말을 자르고 들어와 이렇게 말했어요. " 아닙니다. 일단 노래를 잘하면 당신이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가수가 되게 되어있습니다. 나도 그랬어요. 그러니 가수가 되려거든 그냥 노래를 잘하면 됩니다" 그 얘기를 듣는데 뭔가, 아 - 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뭐 그런 거죠. 노래가 됐든 글이 됐든 뭐가 됐든, 일단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잘하는 게 중요한 거다, 사실 이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하고요. 나한텐 글 잘 쓰는 게 먼저다. 나머지는 전부 그다음이다. 라는 생각


아무튼 요즘은 책이라는 콘텐츠가 힘을 잃어가는 시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끼리는 뭔가를 계속 쓰고 읽기로 해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한다는 거고, 생각한다는 건 나아지려고 하는 거니까,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아지면, 지금보다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불 밝히고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들 모두 각자 자기만의 글을 조만간 꼭 쓰시길 바랄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그 글 꼭 읽어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연재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치기 쉬운 여름이지만 잘 견뎌내시길 바랄게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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