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와 코디펜던트
정신과 선생님은 나를 영어로 Giver, Codifendant, Echoist, Empath, 그리고 우리말로는 호구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의 대척점에는 Taker와, 자기애성 성격장애 즉, 나르시시스트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정신과에서 흔히 말하는 '역기능 가정'에서 자랐으며,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예민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이타적이며,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고 했다. 또 나 같은 사람들은 이 에너지를 잘 쓰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큰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도중에 나르시시스트들에게 걸려,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힘들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맞다. 나는 우리 가족 중 막내인데, 여태 맏이 역할을 했다. 희한하게 어려서부터 집안의 거의 모든 대소사의 행정처리는 내가 결정하고 처리해야 했다. 언제 한 번은 이런 상황이 너무 지긋지긋해서 엄마한테 ' 대체 나 죽으면 어쩌려고들 이래?' 하고 물은 적도 있다.
게다가 우리 집 첫째 아들은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고,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무기력하게 조종당하는 착하고 유약한 사람이다. 해서 나는 원가족에게 꽤 오래도록 내 돈과 에너지를 잔뜩 쏟아부었지만, 그 끝은 없었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결국 나는 이들과 관계를 끊음으로써, 이들이 주는 나쁜 영향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었다.
그뿐인가, 나는 밖에서도 툭하면 나르시시스트들에게 걸려들었다.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경계가 얕고, 의심할 줄 모르는 성격인 나는 사람이 고픈 나르시시스트들에게 노상 완벽한 먹잇감이 되곤 했다. 게다가 나는 언제나 남이 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었기에 전혀 몰랐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타인에게 주는 정보를 악의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을.
호되게 데이고 나서 알았다. 그동안 내가 감사하게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것을, 세상에는 호의로 무장한 악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장 심각했던 사례는 전에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 A였다. 그는 완벽한 나의 '에너지 뱀파이어'였다. 당시에 그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던지, 그때 나는 그가 따로 보태주지 않아도, 코가 삼십자 쯤 빠져 있었는데, 그는 내 사정 같은 건 전혀 아랑곳 않고,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자신의 나쁜 감정을 잔뜩 쏟아부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말 그대로 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있었다. 해서 내가 어느 날부터 의도적으로 그를 피하자, 그는 내 감정선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간파하고 '너까지 나를 상대해 주지 않으면 나는 당장 죽어버릴 거야' 같은 끔찍한 시그널까지 보냈다.
이 일로 내가 하도 골 머리를 썩으니까, 정신과 선생님이 이렇게 충고했다. 그는 너보다 아픈 사람이다. 네가 직접 그를 상대하지 말고, 그 사람을 나한테 보내라. 해서 내가 선생님께, 그러다 그 사람 진짜 자살하면 어떡해요. 하니까, 선생님은 내게 그런 사람은 절대 안 죽는다고 자기를 믿으라고 했다. 그 후 나는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고, 그는 선생님 말대로 얼마 후 조용히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이런 일들이 있은 후,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훨씬 예민해졌다. 하지만 나의 호구력은 요즘도 여전한지, 여차하면 자꾸 주위에 나르시시스트들이 꼬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나는 그들을 예전보다 좀 더 빨리,,,,,,,알아본다는 거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불행히도 한때 나는 내가 이들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망상이었다. 그렇잖아, 그들을 낳고 기른 부모도 못 고치는 그 성격을 무슨 수로 내가 고치는 가.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들도 하나같이 하는 말이, 성격장애 당사자가 병원에 오면 좋은데, 병원에는 늘 그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나르시시스트들은 치료가 힘들다고 했다. 왜냐, 본인이 아프다는 걸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 못해주는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므로
물론 이들이 이런 성향을 보이는 건 생의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거다. 유전적 요소, 환경, 문화 같은 복합적 요인들, 하여 나는 이들의 뒤틀림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한데 또 한편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모두 다 같은 성향을 보이며 자라는 건 아니니까, 가정환경이 나빴다고 해서 전부 다 그들처럼 망가지는 건 아니니까, 진흙탕에서도 꽃은 피듯이, 해서 나는 이들을 반 정도만 이해할 생각이다. 스스로 파멸의 길로 걸어 들어 간 책임도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들이 싫으면서 동시에 안타깝다. 물론 이들에게 착취당하는 피해자들도 안 됐다. 한데 이들은 언제라도 정신 차리고 가해자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나르시시스트들은 평생 자신의 병든 영혼과 함께 살아야 할 거 아닌가
게다가 언제나 모든 일에 항상 자신이 피해자라는 굳센 믿음, 남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끝없이 갈구해야 하는 처절한 마음, 멀쩡한 타인을 부정해야만 비로소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삶의 태도, 이 모든 게 어쩐지 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아무튼, 본래 하려던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오늘 나는 여러분께 정신과 선생님이 추천한 유튜버 두 분을 추천하려고 이 글을 쓰는 거다.
물론 내가 독자분들께 아래 유튜버를 추천하는 근거는 이렇다.
세상의 그 많은 콘텐츠들을 제쳐 두고, 재미라고는 개코딱지만큼도 없는 내 얘기를 들으러 이 브런치에 찾아오시는 그대들은, 어쩐지 나 같은 호구일 것만 같아서, 호구를 위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지만, 호구를 위한 나라를 꿈꾸며, 호구들끼리 연대해 보자는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호구와트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1. 썸머의 사이다 힐링
https://www.youtube.com/c/%EC%8D%B8%EB%A8%B8TV/videos
2. 서람티비
https://www.youtube.com/channel/UCge7_XKOimwMM0UP34siqNw
* 그리고 잠깐, 아래 코디 펜던트 자가진단 먼저 해 보시길, 저는 의외로 14점밖에 안 나왔습니다만;;
https://summertv.tistory.com/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