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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Apr 15. 2024

모든 게 허상이라고 해도

모든 건 허상일까, 너도 나도 지금도.

일요일 늦은 오후 카페에 앉아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믿었던 것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라면 어쩌지, 그럼 난 여태껏 무얼 찾아 헤맸던 걸까. 눈앞에 영어 교재를 펼쳐놓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마도 공부가 하기 싫은 핑계일지도. 오늘은 날이 꽤 덥다. 벌써 여름이 온건가. 봄을 채 느껴보기도 전에 이렇게 끝나가다니. 더욱 부지런히 봄을 느꼈어야 했나 후회가 됐다. 뭘 얼마나 더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을지, 지나간 것들엔 항상 후회가 남는다. 그래도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걷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푸르른 거리와 적당히 선선한 바람. 어제의 외로움이 무색할 만큼 세상은 눈부셨다. 모든 게 허상이라고 해도, 결국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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