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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an 26. 2021

군대 바람을 탓할까?


바람을 탓할까?


바닷가에 도착했다. 바람이 세다. 파도는 잠잠하다. 마음은 평온해진다. 차 안에서 두 편의 글을 쓴 만족감일까? 겸손함이 없어지고 목에 힘이 들어간다.


몇 주 동안 쓰이지 않던 글을 4시간 만에 두 편씩이나 썼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설렘을 쏟아내는 과정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단지 글로 표현하는 것 같다.


자꾸만 힘을 빼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태어난 순간이 다르고 돌아갈 때도 다르겠지만 함께하는 오늘이 정겹다.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것은 가슴을 뛰게 한다. 육신의 심장이 뛰던 영혼의 설렘이든 낯선 느낌은 즐겁다.


누군가를 만난다며 갖게 되는 호기심은 즐거운 사치이다. 돈이나 보석, 분수를 넘는 호사가 주는 불편함이 없는 사치이다. 그래서일까 첫 홀부터 공은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을 향해 창공을 가른다. 한번 더 치랐지만 두 번째는 낯설지 않기에 고사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말한다. 귓가에도 들린다.


'공치러 온 건지 글 쓰러 온 건지 구분이 안되네.'


그런 핀잔을 들어도 즐겁다.


'공이 엉뚱한 곳으로 향한 들 바람을 탓할까? 바람은 이기거나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타는 것인데...'


이렇게 댓구하니 최근 자주 듣는 말이 또 들린다.


'작가는 다르네, 바람은 타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보다 낫네!'


무슨 말을 못 하겠다. 한마디만 해도 글 쓰는 사람은 다르다고 한다. 책을 내기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변함없는 그대로 나이다.


전반 홀을 돌고 잠시 쉬러 간다. 같이 한 여덟 명의 중년 중 가장 막내이자 오늘 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한 똘똘한 후배가 참다가 한마디 한다.


'일단 한 잔 드시면 용왕님의 도움이 있을 겁니다. 아까처럼만 치시면 공은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 조국의 푸른 창공을 반듯하게 가를 겁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가볍게 한 잔 하고 나니 세상이 내 것이다. 즐겁고 흥겨운 시간이  내일도 계속되리라 바란다면 욕심이다. 결핍이다.


그냥 오늘이 즐거우면 이것으로 만족한다. 즐겁다.

나는 말하고 싶다.


'오늘, 지금이 즐거우면 지금 내가 웃으면 여기가 천국이다. 자주 웃는 내가 좋다! 바람도 즐겁다. 센바람! 조용한 바람! 어떤 이름으로 불리던 이 바람이 나를 안으니 편하게 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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