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에 출근할 곳이 있다 보니 운전할 일이 거의 없다. 간혹 가는 곳이라야 장 보러 가시는 부모님을 모시는 것과 가족들과 병원 가는 일이 전부이다. 이럴 때는 대화를 하느라 무엇인가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로 혼자서 운전할 때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차들을 보며 잠시 우리의 삶도 생각한다. 그 달리는 차들을 보며 운전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추측도 해 본다.
집을 나서면 주차된 차들부터 본다. 주차선에 맞춰 반짝 거리며 잘 주차된 게 있는가 하면 선에 바짝 붙어서 다른 차에 불편을 주는 것도 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한적한 지방도를 만나게 된다. 고속도로까지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제한 속도를 지키며 여유 있게 달리기도 하지만 시간에 쫓길 때는 속도를 올린다.
앞서 달리 던 차들을 추월하기도 한다. 그러다 내비게이션에서 경고음이 들리면 속도를 낮춘다. 그리고 또 속도를 낸다. 빨간색 신호등이 보이면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고 정지한다. 신호가 바뀌어 출발하려 하면 뒤에서 쌩하고 지나가는 차가 있다. 운이 좋은 차들이다. 이럴 땐 '에이'하는 투덜거림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다. 입장이 바뀔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왠지 기분이 좋다. 별것도 아닌 것에 일희일비하는 꼴이다.
조금 지나면 고속도로가 나온다. 갑자기 차들은 쌩쌩거리며 내 닫기 시작한다.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올리며 같이 달리기 시작한다. 한 껏 규정속도까지 올린다. 처음에는 추월 차선과 주행 차선만이 있다. 고속도로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1차선은 속도가 빠른 차들이 속도를 높여서 2차선 차들을 추월하며 달린다.
그런데 간혹 소신 것 가는 차들이 있다. 물론 1차선이 운전하기에는 편하다. 그런 차들이 두 세대가 있으면 도로는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 1, 2차선이 막히어 뒷따르던 차들이 추월도 못하고 한 덩어리가 되어 간다. 뒤에서 따라가자면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간혹 차량 성능이 떨이 지는 차들도 추월 차선을 고집한다. 한 무더기의 차량 집단을 만드는 원흉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조직 내에서 능력은 없는데 좋은 자리를 잡고 그것을 고집하는 모습들이 떠오른다.
간혹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으면 추월을 해야 하는데 1,2차로를 나란히 가는 꼴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뒤에서 차를 붙여도 앞만 보고 간다. 어쩔 수 없이 상향 등 신호를 주면 굼벵이처럼 비켜준다. 소신도 좋지만 전체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지혜도 필요함을 느낀다.
이렇게 2차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4~5차선 도로가 나온다. 여유가 있다. 느림보들을 추월하기가 수월해진다. 주변에 투덜거릴 필요가 없다. 사람이나 차나 환경과 같이 가는 동료들이 중요하긴 마찬가지인 듯하다. 여유가 있고 하는 일이 잘 진행되면 짜증을 낼 일이 없어진다.
언제인가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도로에서는 보조를 맞추어 가야 한다. 혼자 너무 빨리 가려거나 너무 늦게 달리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빨리 가야 한다며 시간에 쫓기어 과속을 하거나 주변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위험해진다. 이러다 사고가 나는 것이다. 본인만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뒤 따르던 수많은 차들까지 지체되고 정체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운전할 때는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주변 누군가에게 위협을 주거나 굼뱅이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