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 이야기 (20.9.1 출간) 미 수록
봄 같은 겨울 아침햇살
창을 통과한 밝은 빛이 눈에 들어와 밤새 뒤척이던 두 눈을 깨웁니다.
어느새 지나 온 겨울밤의 그 기나긴 터널은 보이지 않네요. 어둠이 주는 혼란, 방황을 마주하지 않으려 두 눈을 감아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 의식의 매듭을 끊으려 뒤척이며 잠에 숨으려 했는데도 꿈까지 따라왔던 것들은 무엇일까요?
우매한 인간이기에 피하고 숨으려 했던 것이 잘못이겠지요. 그럴수록 더 가까이 오는 것인데...
어둠이 깊어질수록 밝음은 가까이 오는 것임을 깨달았다가 금세 까먹는 우매함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예전 총명함은 어이해 가져 가셨는지요? 계절은 돌고 도는 것, 밤의 저 건너편에는 아침이 오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섭리인데...
어제의 어리석음, 차갑던 기나긴 밤의 어둠은 한 줄기 빛에 의해 저 멀리 사라졌네요. 그 밝음으로 점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지혜도 주셨네요.
저기 저 햇살 아래 가지마다 줄기마다 오르는 물, 보이지 않지만 생명의 위대함을 알려 주려 아우성치고 있지는 않은지?
따스한 햇볕, 눈부신 햇살, 간혹 피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마치 지나 온 내 생의 아름다운 추억을 깨우는 듯합니다.
그곳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이곳은 숨 쉴 때마다 폐를 정화시키는 상쾌한 바람과 눈을 편하게 비추는 따스한 햇살이 눈부시네요.
아직은 앙상한 가지, 푸름이 없는 바싹 마른 풀꽃, 그 속에 움트는 삶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감사함의 눈물로 그들 주변을 충만케 적실 겁니다.
만약 이를 주신 이가 그리하고도 무얼 더 원하냐 묻는다면, 겸손하게 눈으로 말하겠어요. 어쩌면 그도 미소로 답을 대신하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저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것으로 지금의 제 마음을 정성 들여 고이 싸 담아 누구에게라도 전해달라고요.
작은 연못에 부딪혀 반사되는 작은 반짝거림,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 김들은 어떻게 담을까요?
작고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유리상자에 그 모두를 담아 넣으렵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담을 수 있는지, 어떻게 여기실지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세상!
세상의 밝음과 어둠이 오가는 매 순간을 사랑하고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