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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May 03. 2023

선물


당연한 선물?

< ''행복은 희망에서 나온다.'' >



행복은 산 정상에서 나오는 잠깐의 만족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길에서 느끼는 희망이다.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이렇게 시작해서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략)
♡ 오늘도 건강한 하루, 수요일 되세요 ♡
라는 식의 인삿말로 끝난다.

매일 아침 성씨만 다른 동생이 보내주는 글의 일부이다. 처음에는 몇번 짧은 소감으로 보내기도 했다. 가끔은 혼자 끄적인 에세이라 과대포장한 글로 답을 하기도 했다.

또 어떨 때는 답을 못하고 읽기 흔적만 남기기도 했다. 이럴 때는 그럴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여기저기서 찾아 미안한 마음을 지워보려고도 했다.



'뭐 하루쯤이야, 직접 쓴글도 아닌데, 오늘은 좀 바빴으니, 맨날 고마워, 감사하오, 쌩유, 땡큐 등 반복되는 짧은 단어들, 이모티콘이 성의없게 보일수도 있을거야'라는 별별 이유와 구실을 만들거나 찾아내기도 한다.

좋은 글을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받아 읽는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언제인가 '나도 누군가에게 매일 이런걸 해볼까?' 받은 글을 복사해서 보내기만 하면 되는 극히 단순한 일이라 생각하고 해 보았다.

며칠 가지 못했다. sns로 받은 메시지를 다시 sns로 두 세 번의 터치만으로 보내면된다는 안일한 착각이었다.

평소 감사하고 소중한 이들에게 매일 아침을 감사와 배움, 짧지만 강한 여운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자극을 보낸다는 기쁨! 너무 싶게 얻으려 했던 것일까?

'나도 한 번 해 보아야겠다'라며 시도했다가 약 2주도 못하고 포기하였다. 그것도 요즘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안겨 준 넘치는 시간과 여유속에서 일어난 참사이다. 어쩌면 이 게으름과 감사함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타고난 천성 탓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궁리도 했다. 지금은 '군복입고 처음 경험하는 재택근무 기간이라서 아직 적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이것도 혼자 생각 했으니 망정이지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비웃음을 받았을까? 나름 핑계나 변명을 찾아봐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전방부대 일선 지휘관에게 아침 시간은 여느 군인들과 다른 쵸크포인트다. 기상 등  밤새 변화된 각종 요소를 현재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METT+TC+S(임무,적,아군,지형,기상,시간,민간,안전)에 입각해 상황판단을 하고 상급지휘관 의도를 실행하기 위해 부대운영 방향을 결심해서 지침을 하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필요한 사항은 보고도 해야 한다.

분주하다고 값싸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이렇듯 화장실 가기도 바쁠 아침에 그것도 매일 누군가를 잊지 않음을 어떤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보통 정성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정성을 나같은 사람에게 쏟는가? 언제부터 보내기 시작했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남아있는 기록상으로는작년 여름이 시작이었다.

그 내용을 보니 그전에도 보내 준 기억이 있었다. 아는 교수님이 손수 카드 형식으로 간단한 그림 여백에 좋은 글귀를 적어 보내시는걸 다시 보내 주었다. 정확한 시기는 무심한 내 기억은 찾아내지 못한다.

그럼 왜 보내기 시작했을까? 우리는 육군본부에서 처음 만났다. 몇 년 차이는 나지 않지만 한 계급차이의 다른 부서 실무자로 업무적으로 협조관계였다. 그 때 기억으로는 잘 웃고 피부가 하얀 서울 뺀질이? 곱상한 얼굴탓이었는지 '기생오라비'라 가끔 부르기도 했던 것 같다.

그 후 다시 양양에서 두 계급 차이로 만났다. 저렇게 똑부러진 후배가 왜 여태 진급이 안되었을까? 잘되기를 바랬고 안타까운 마음에 가끔 소주 한 잔씩 걸치기도 했었다. 형, 동생하는 사이로 서로 의지하며 때로는 서로를 지켜주었다. 저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도 그랬으려나?가끔은 누가 먼저라할 것도 없이 찾고 응하며 추억을 쌓아갔다.

그래서일까? 누구에게나 소중한 아침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아직도 보내주고 있다. 이제는 반가움이나 감사함도 없이 자연스레 읽게되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당연한 것처럼...

더 쉬고 싶은 게으름을 그의 정성어린 노력이 전해 준 자극으로 털어내고 아침을 시작한다.

당연하다는 말은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라는 뜻이라 한다. 매일 아침 눈 뜨고 숨쉴 수 있는 것은 매일 주어지는 선물이다. 우리 주변에 공기가 없다면? 어찌보면 그냥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정말 큰 선물같다.

나태주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선물#오늘#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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