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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May 08. 2023

남대천의 봄



남대천의 사계 봄 (1-2)

나른한 햇살의 따스함이 매화, 배나무, 벚꽃 나무 가지 끝에서 움트기 시작한다.

길가에 봄풀은 산골짜기에서 불어와 남대천을 훑고 지나는 찬바람에 아직도 움츠린 채 겨울잠에서 덜 깨인 듯하기도... 한 낮엔 분명 봄인데 아직도 밤은 겨울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하다.

봄은 느끼기에는 너무 짧을뿐더러 겨울바람보다도 태풍보다도 거센 바람으로 이다.

이 바람이 얼마나 세었는지는 1633년 이식의 '수성지'에 통천군과 고성군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양양군과 간성군 사이에는 바람이 세게 분다고 쓰인 기록도 있다.

通高之雪 襄杆之風 一口之難說
통고지설 양간지풍 일구지난설

어릴 적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한반도 남쪽의 저기압, 북쪽의 고기압으로 인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발달한 서풍이 태백산맥 때문에 푄 현상을 겪고 빠르고 건조한 바람이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순조 4년(1804년) '3월 3일 사나운 바람으로 산불이 크게 번져 통천, 간성, 양양, 강릉, 삼척의 2,600여 호가 불타고 61명이 숨졌다고 전해도 온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불의 후손이 올해도 조상의 DNA를 보여 주었다.

바람소리에 창문이 흔들려 일어나니 비상소집 전화가 울린다. 설 깬 눈을 비비며 주차장에서 차를 찾는데 웬 돌들이 그리 많이 날아다니고 몸은 바람에 흔들려 갈지자로 겨우 걸어 차까지 갔던 기억이 새롭게 느껴진다.





기억은 꼬리를 물고 뒤이어 따른다 했던가? 사실 ㅇㅇ년 전 4월, 사단장 이취임식 전날 새벽 고성지역을 휩쓴 산불도 있었다. 당번병의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뜨고 '사단장님 기상시켜 드리고 운전병 차 준비시켜라! 예비차로 사모님을 일단 용촌휴양소로, 악화 시 하조대로 모셔라!'

그리고 7번 도로를 따라 출근하는 도로는 소방차의 사이렌, 산에서 바다 방향으로 질주하는 불의 달음박질, 밤하늘 수백 미터를 날아 바다로 향하는 불꽃으로 뒤덮였다. 마치 영화 속 수없이 적진을 향해 날아가는 불화살, 포탄들처럼 보이며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이곳의 봄은 이 바람의 속도처럼 순식간에 가버린다. 그 90년대의 추억도 벌써 많이도 저만치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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