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as May 25. 2023

#타천군탈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예미출판사 #군인도잘모르

2화 새내기 군무원이 되다

첫 출근 날이라 모두가 어색했다. 위병소를 보자 다시 입대하는 기분이 든다.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불편하다. 병사 때 기억이  난다. 녹슬은 철조망, 시멘트 블럭, 검정색 인삼천으로 둘러쌓인 감옥 같았다. 교도소에 수감되는 죄수들은 들어 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날을 기다린다고 한 것처럼 제대하는 날짜만 기다렸다. 이제 600일 정도 남았다. 21개월인데 훈련소 빼고 보충대 대기하고 이래저래 빼고 나니 남은 날짜이다. 훈련소 조교들도 이제 침구 몇 번 정리하면 제대다. 식기 몇 번 닦으면 제대다하던 기억이 난다.

위병소에 노란색 옷을 입은 여성이 보인다. 병사들은 보이지 않고 왠 여성일까? 다가가 보니 다이어트를 심하게 한 듯한 조그만한 여자 한 명이 말을 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오늘 첫 출근입니다.
아~~  처음 뵙습니다. 같이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밤새 피곤함이 묻은 얼굴이었지만 서글서글한 표정이 편해 보였다. 들어 오세요.

신분증을 보이고 임시 표찰과 차량 출입증을 받았다. 부대 가는 길을 안내 받고 차로 향했다. 그녀는 굳이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차량출입증을 다시방 위로 올리라고 안내까지 해 주었다.

같이 근무한다? 저렇게 상냥한 여성과 같이 근무한다니 다행이었다. 그녀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사과에서 신상명세서를 작성하고 대기하다보니 소령, 대위, 원사,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 와 축하한다며 악수를 했다.

임용을 축하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잘 해 봅시다.

아 네.

우리 같은 부서예요. 잘 해 봅시다.

넵. 잘 부탁드립니다.

정신이 없었다. 눈 코 뜰새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인사과장이 다가와 신고 연습을 하자고 한다. 신고 계획이라며 A4지 한장을 보여준다. 대대장실 내부를 사진 촬영한 것을 이용한 요도를 이용해 신고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준다.

재윤이 할 것은 빨강 삼각형 표시를 발끝 사이에 두고 가만히 차렷 자세로 서 있다가 인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뭘 이리 간단한 걸 가지고 보고서에다가 연습까지..  난리냐? 하여간 군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네

그러는 사이 북쩍거리던 인사과에서 썰물처럼 모두가 나갔다. 인사과장이 나가자며 안내한다.
너무 긴장하지말고 실수하지 말아요.

네. 알겠습니다.

당번실이라고 적힌 문앞에 조금전 나갔던 사람들이 잡담 중이었다. 인사과장이 먼저 들어 갔다가 나왔다. 나머지 사람들이 다시 들어 갔다. 인사과장이 따라 오라며 손짓을 해 뒤 따랐다. 당번실에서 또 다시 문을 열고 진짜 대대장실로 들어 갔다. 불가 조금전까지 웅성이던 사람들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쭉 서 있고 대대장이 책상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앞쪽 파란 삼각형 앞에 섰다.

대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2022년 5월 1일부로 9급 군무원으로 임용을 명 합니다. 국방부 장관

박수 소리와 함께 축하합니다.

인사과장의 사회로 신고를 연습했던 것처럼 끝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차 한 잔하자며 원탁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배석자들은 동시에 빠져 나갔다. 인사과에서 작성한 신상명세서를 보며 이런저런 일방적인 질문과 사고치지 말라는 신병 시절 행보관님께 듣던 훈시를 다시 몇 년만에 들었다.

당번병이 가저온 차는 채 마시지도 못했다. 혼자서 계속 이야기를 하니 듣느라 1/3도 못 마셨다. 마시라고 말은 했지만 틈이 없었다.

그래, 내 또 다음 일정이 있으니... 뭐 내가 알아야 할 것이나 건의사항 같은 것 있나요?

아~~네.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럼 특별한 것 말고도 괜찮으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야지, 그래요. 잘 합시다.

충성! 잘 부탁드립니다. 대대장님

오케이

그냥 시간 때우기식 전입 간담회였다. 나와서 사무실로 갔다.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소대장이입니다. 잘 해 봅시다.

이수경입니다. 아침에 위병소에서...

잘 부탁드립니다.

김도훈입니다. 반갑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김양한입니다. 김수현입니다. 이숙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외에도 김경환, 김태훈, 고연석, 서지연 등 모두  10명 쯤 되었다.

누가 출입 등록이랑, 온나라 계정, 부대 소개 좀 해 줄래요.

소대장님. 제가 하겠습니다.

근무섰는데 퇴근 안해요.

소대원들이 평가 준비도 해야하구 바쁘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이주무관은 피곤할껀데...

모레 평가 준비는 근무 서면서 다해 두었습니다.

그래요. 그 동안 통신장비  쪽이 장기간 공석이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기대됩니다. 화이팅!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노란색 옷을 입은 소대장김영수기 미팅을 끝낸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가 홍주무관 자리입니다. 몇 개월 공석이다보니 지저분하네요. 쫌 치워 드릴게요.

아닙니다. 제가 쓸건데요
그렇게 소개를 받고 책상까지 안내를 받으며 일과가 시작되었다. 이수경은 친절했다. 보안과로 가서 임시 출입증에 출입  정보도 입력하고 지문 등록도 안내 주었다. 지통실, 정작과, 군수과 등 사무실을 알려주고 사람들도 인사를 시켜 주었다. 어느듯 점심 시간이 되었다.

식사 준비 안하셨죠?
식당 가서 먹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알아보니까 식수 신청을 안했더라고요.

엥? 식수신청이요?
군대 다녀 오셨죠?

네.

요새는 그때랑 다를 겁니다. 미리 식수 신청 안하면 밥 못 먹습니대. 큰일 납니다. 글구 맛도 없어요. 대대장님과 같이 식사하는 간부들만 식당에서 먹고 대부분은 각자 알아서 먹습니다.

왜요?

그건 천천히 알게 될거고 사무실로 갑시다. 따라 오세요. 내가 여분 햇반도 있으니까요.

사무실로 따라 갔다. 가운데 작업대 겸  긴 회의용 테이블에 몇몇이 반찬통도 올려 두고 컵라면도 있고 도시락도 보였다. 이수경이 테이블 한 쪽에 자리 잡아주고 냉장고쪽으로 갔다. 열어보니 여느 가정집처럼 가득 반찬통들이 들어 있었다.

햇반 돌릴 줄 알죠? 저기...
알겠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대충 먹었다. 다들 급식 문제에 불만들을 토로하며 식사를 했다.

매일 이렇게 드십니까?

재윤의 질문에 모두가 웃는다. 한번씩 쳐다보고는 그냥 먹는다.

뭔가 이상하다. 멀쩡한 식당을 두고 이렇게 밥을 먹는 걸 당연히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식사를 식당에서 해야지, 이게 뭐지? 군대에 들어 오기전에  본 뉴스는 다 거짓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수경과 눈이 맞주쳤다. 그냥 가만히 있고 있다가 그 이유를 알려 줄거라 말하는 눈빛을 준다.

식사 후에 돌아보며 물으면 뭔가 알 수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타천군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