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존 카니 감독, [싱 스트리트]에 기대어
#이소에세이 #작품에기대어내일을기대해
<빛이 전부 스러질지라도, 이것만 꽉 쥘 수 있다면.> 1부
(1985년의 더블린)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떠나는 아일랜드 청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겨우 며칠을 버틸 현금만 갖고 떠나는 이들은 아일랜드에선 사라진 희망을 찾아 떠나는 겁니다.'
- 영화 <싱 스트리트> 장면 속 뉴스 내용
영화 <싱 스트리트>속 시대 배경입니다. 당시 아일랜드는 경제 불황이 극에 달하였고, 실업률 또한 정점을 찍었죠. 실제로 80년대 후반까지의 아일랜드는 유럽 중에서 경제낙후가 가장 심했던 나라였다 합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아일랜드 청년들은 생계를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죠.
이런 경제 불황은 당연히 가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죠. 영화 속 코너네 가족도 불화를 피해 갈 순 없었습니다. 부모는 이혼의 위기에 놓였고, 코너는 학비 절감을 위해 원치 않는 전학을 감수해야 했죠.
전학 간 학교엔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는 탓에 학생들은 방치된 상태였는데요. 그 때문에 이곳은 흡연이나 폭력 등 온갖 비행이 만무했습니다. 코너는 낯선 환경에 잔뜩 겁을 먹은 와중에 불량 학생의 괴롭힘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나약한 모습을 들켜버렸으니 타깃이 될 수 밖에요.
이쯤 되면, 영화가 꽤나 음울하겠다는 느낌이 들지요. 그러나 만약 이 영화를 보셨거나 보시게 된다면, 그렇지 않다는 걸 대번에 아실 거예요. 영화는 시대의 암울함을 등장인물들의 천진한 매력과 신나는 음악들로 승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제가 답답한 상황에 빠져 허우적댈 때마다 숨구멍이 돼주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간혹 반갑잖은 상황이나 주변과의 갈등으로 인해 걷던 길이 가로막힐 때. 그래서 의지가 꺾이려 할 때마다 이 영화에 곧잘 기대곤 합니다. 코너가 성장해가는 모습 안에서 아주 명랑한 기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돌파구
물론, 그가 처음부터 명랑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늘 불안해 보일 뿐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청소년기에 부모 간의 갈등을 지켜본다는 건, 굉장히 고통스럽고 또 혼란스러운 일일 테니까요.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마음이 무거울 때마다 기타와 노래에 기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변화하는 모습에 따라, 음악이 그에게 주는 영향력도 그 성격이 달라지는데요.
이를테면, 이전의 음악은 그저 불행 속에 숨는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부모가 서로 다투는 소리가 들려오면 기타를 치며 아무 말이나 흥얼대거나, 세 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는 춤을 추거나 하는 방법으로요. 단지 상황을 외면하기 위한 수단에 그칠 뿐이었죠.
음악이 코너에게 이전과 다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건, 학교 앞에서 우연히 본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어디서 용기가 났던 걸까요? 코너는 덜컥 그녀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죠. 그리고 대화 도중 그녀가 모델 지망생임을 듣고는 덜컥 뮤직비디오 출연을 제안합니다. 자신을 밴드 보컬이라며 거짓으로 소개하면서요.
기쁘게도 그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밴드를 결성해야 했습니다. 코너는 금방 사귄 친구와 함께 급히 멤버를 모집하고, 그렇게 밴드 ‘싱 스트리트’가 결성됩니다.
아직 누구도 몰랐어요. 이 시작이 희망의 발화점이 되어줄 줄은.
#2. 변화
명세기 밴드를 결성했는데, 커버밴드로 머물 순 없지요. 코너의 가장 큰 조력자인 친형(영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의 조언대로 직접 곡을 써보기로 합니다. 라피나를 향한 애정과 친형이 건넨 용기를 발판 삼아 시작하게 된 창작활동은 코너에게 큰 힘을 실어주게 되는데요.
자신의 생각들을 서슴없이 곡으로 풀어내면서 자아가 또렷해지는 경험을 한 덕이었어요. 그리고 이 경험들이 쌓여갈수록 그의 삶이 변화해갑니다. 그렇게 음악은 서서히 그에게 단순한 도피처를 넘어 근심을 달래는 해우소가 되어줍니다.
이전처럼 부모가 다툴 때면, 그로 인한 불안감을 음악을 만들며 달래고요. 사랑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또 융통성 없는 교장의 권위에 대한 불만도 음악을 통해 풀죠.
그렇게 그는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불안이나 불만을 품게 되는 날이 많습니다. 코너는 그를 해결하는 법을 찾은 듯한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명한 심리학 서적 <프로이트의 의자>에 의하면, ‘불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우리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특정 시절의 불우했던 환경이 인생에 꼭 나쁜 요인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고 이야기하죠. 불만 자체가 상황을 극복해가는 동기가 돼줄 수도 있다는 건데요.
이 말인 즉, 불만 자체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겁니다. 상황에 대한 불만이 코너를 행동하게 한 것처럼 말이죠.
한편, 코너가 이제 막 삶의 주도권을 직접 쥐어보려 손을 뻗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더 나아가 손아귀에 힘을 꽉 쥐게 된 건 라피나의 영향이 컸습니다.
표현을 전할 때 뜸을 들여야 하는 편이어서 말 대신 글로 적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