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 Jun 28. 2022

나만 뒤처진 기분에 조금 괴롭습니다.(하)

책│ 임이랑,  <조금 괴로운 당신께 식물을 추천합니다>에 기대어

#이소에세이 #작품에기대어내일을기대해


1부 를 먼저 읽을까봐요.



# 3


 그런 때일수록 스스로 살피지 못할지언정, 주변에만 온 신경을 쓰다가 좌절에 빠지다니요. 나에게 너무 무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각자 걷는 길의 모양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일 뿐인데 말이죠. 개인마다 구간마다 뻗어가는 속도가 다른 것뿐인데 말이에요. 스르륵 나아가지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그렇지 못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는 건데 말입니다.

 

 게다가 분명 정체할 수밖에 없는 시간도 있는 거고요. 만일 정말 혹독한 시기를 막 지나보낸 후라면, 무얼 더 하기보단 무엇도 하지 않을 때, 겨우 살아지는 날들도 있을 수밖에요.     



 한편, 식물이 휴지기를 원할 때가 있음을 알아차린 저자는 행동을 달리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식물의 멈춤에는 이유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만, 그들에게는 무조건적으로 넘치게 주는 것이 제일 위험해요. 이제는 식물이 조용히 멈추거나 시들해졌을 때 그 속도에 맞춰 물과 햇빛도 줄여줍니다. 그들도 잠시 정적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잠깐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식물을 위한 길입니다. 휴식기를 맛있게 잘 보낸 식물은 반드시 다시 깨어나 이파리에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예쁘게 자라줄 테니까요.’  

- 임이랑, <조금 괴로운 당신께 식물을 추천합니다>


# 4


 나를 키워내는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게 됩니다. 현재 마주한 상황, 그에 따른 내 속도와 위치를 겸허히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느낍니다. 불안해 마지못해 엄한 데 온 힘을 뺏길 게 아니라, 마주한 상황마다 스스로 취해야 할 태도를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문득 나의 노력에 의심이 들 땐, 속도에 안달하며 스스로 몰아세울 게 아니라 단지 임계점에 다다르지 못했을 뿐임을 잊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오늘 나아가야 할 방향에 집중할 것도요.

 또한, 혼자 뒤처지는 기분이 들 땐, 저마다의 사정과 그에 따른 속도가 있을 뿐이란 사실을 재빨리 상기할 것도 다짐합니다. 무엇보다 타자와 나의 위치를 비교하기보단, 어제보다 오늘 더 걸어온 나의 수고를 알아주자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간혹 어쩔 수 없이 멈춰야만 할 땐, 그래도 괜찮단 걸 반복해서 되뇝니다. 지금 잠시 멈추어 섰다면, 이 또한 곧 다시 도약하기 위함인 거라고.     



# 5


 물론, 그럼에도 정말이지 빨리 성장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변의 상황이 어떻든 나의 걸음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의 여정을 존중하고 차분하게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나아가기만 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나를 지켜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열매가 달리길 바라기만 하는 나무보단, 꾸준히 뿌리를 내리는 데 힘을 쏟을 줄 아는 나무에 더 건강하고 풍성한 열매들이 열릴 테니까요. (실제로도 블랙티트리는 뿌리 성장이 어마어마해서 자주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고 해요.)


나무를 사랑하는 과학자, 호프 자런은 저서 <랩걸>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 호프 자런, <랩걸>     



P.s

그리고 여담이지만, 블랙티트리는 잎사귀를 쓸어주면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해요.

보살핌받는 기분이 좋아서 향기를 뿜어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수고했을 당신의 어깨도 한 번 쓸어주시면 어떨까요.



◐ 연재 시리즈:  <작품에 기대어 내일을 기대해> 중

◑ 글: 이소 │instagram: @2st. soar  



표현을 전할 때 뜸을 들여야 하는 편이어서 말 대신 글로 적곤 합니다.

당신의 삶, 꿈을 응원합니다. 온기로 가닿을 한 줄이었음 해요.

- from. 이소

매거진의 이전글 울어버리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