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 May 02. 2023

나는 얼마나 나를 포용하고 포옹하고 있나.

수용, 포옹, 사랑. 모두 낱말 끝에 ‘ㅇ’이 붙는다. 당신에게 상처를 줄만큼 날카롭지 않아 안전하다는 신호 같고, 둥글게 감싸 안는 모양 같고, 긍정의 뜻을 내포하는 상징 같다. (그러고 보니 긍정이란 단어에도 ‘ㅇ’이 붙는다. 무려 두 개나!)


위 세 단어에 ‘ㅇ'이 모두 낱말 끝에 붙었다는 점이 특히 재밌다. 마치 종결에 이르기까지 탄식과 푸념, 불만과 불안, 갈등과 갈증 등 소란한 오만 감정을 거치지만, 끝내 수용하고, 끝내 포옹하고, 끝내 사랑하고 만다는 의미처럼 다가온다.


생각에 잠긴다. 나는 얼마나 나를 포용하고 포옹하고 있나. 스스로 자주 꾸짖고 때론 폭력적이기까지 하지는 않나. 나에게 난 균열을 극복하지 못해서, 나의 모난 부분이 거슬리고 못마땅해서 열을 올리다 더 큰 균열 내기를 자초하고 있진 않은가. 끌어안음으로써 나와 나를 결속시키는 것이 우선이겠구나.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포옹이겠구나.


불현듯 피는 불안이나 걱정을 다스리는 방법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감정이 불어나지 못하도록 강제로 옭아매며 힘을 가할수록, 부정의 감정은 활개 치며 발악하고 더 거세질 뿐이다. ‘그래, 불안할 수 있지’라며 ‘그럴 수 있다’며 포용해 줄 때 서서히 가라앉았다.


책 <고요한 포옹>은 포옹에 관한 이야기 집약체다. 남편(역시 작가)의 유별난 (책) 수집 사랑을 이해하기로 한 이야기. 동의 없이 고양이를 입양함으로 한동안 남편의 심기가 예민한 고양이처럼 날카로웠지만 결국 이해받은 이야기. 또한 작가 자신의 상처를 포옹하고, 과거를 끌어안는 이야기. 현재의 서툶을 감싸 안음으로 용기 내는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는 독자인 나에게도 포옹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읽는 내내 문장을 끌어안았다 책을 끌어안았다 반복하다 보니 나를 감싸 안는 경험에 닿는다. 서글퍼서 감싸 안고, 불쌍해서 감싸 안고, 대견해고 고마워서 감싸 안고, 앞으로 잘해보자 부둥켜안았다. 작가는 고요한 포옹을 건넸는데, 나 홀로 요란한 포옹 대잔치..! 어찌 됐든 이토록 스스로 ‘감싸’ 안는 희귀한 경험을 선물해 주시니, 정말 ‘감싸’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까지 버티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