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그림 이야기 — 조용한 식탁의 시간

샤르댕

by 이탤릭
Jean-Baptiste-Siméon Chardin, Still Life with Glass, Water, and Fruit (c. 1760) / Wikimedia Commons


샤르댕의 그림에는 칼도, 접시도, 과일도 그냥 그 자리에 있다.


그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고, 빛도 세지 않고, 색도 크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머무르게 된다.


그는 귀족의 초상보다 부엌의 식탁을 더 좋아했다.

누군가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비운 자리, 식탁 위에 남은 과일 하나, 그 조용한 흔적이 그에겐 아름다움이었다.


샤르댕은 늘 천천히 그렸다.

하루에 한 과일만 완성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급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사물 속의 ‘시간’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정물화를 보면 그림이 아니라 공기 같다.

차분하고, 부드럽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낮춘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고, 조용한 식탁 앞에서도 휴대폰을 본다.

그럴 때 샤르댕의 그림을 떠올리면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는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

그저 한 그릇, 한 과일, 한 컵의 시간을 그렸다.

그게 어쩌면, 진짜 일상의 예술일지도 모른다.





장-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 Jean-Baptiste-Siméon Chardin (1699 –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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