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감리 3

1부 인쇄소

by 이탤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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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인쇄소 연락 :

목요일 오후, 인쇄소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오전 10시까지 와주실 수 있을까요?”

예상치 못한 일정이 생기면 늘 긴장된다. 하지만 인쇄감리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S#2. 데이터 확인 :

이번엔 외주로 들어온 32페이지짜리 브로셔였다. 디자인은 내가 한 게 아니고, 제작만 맡았다. 인쇄소에 넘기기 전에 PDF 파일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작은 실수가 그대로 인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자 색

먼저 RGB인지 CMYK인지 체크한다. 의외로 RGB 파일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이번엔 글자 색상이 문제였다. 검은 글자는 원칙적으로 먹(1도) 100%를 써야 한다. 그런데 이 브로셔는 검정 글자가 4도로 들어가 있었다. 이러면 핀이 조금만 어긋나도 글씨가 번져 보인다. 아무리 숙련된 기장님이라도 매번 완벽하게 잡아내긴 어렵다


/황당한 데이터

더 황당한 건, 32페이지 중 24페이지가 통째로 이미지 파일이었다는 점이다. 사진과 텍스트가 전부 이미지로 붙어 있었고, 나머지 10페이지만 제대로 편집이 되어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원래는 최종 PDF 파일밖에 없었고 새로 추가된 10페이지 때문에 다른 디자이너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 디자이너도 당황했을 거다. 그래도 차라리 전체를 다시 편집해서 정리해 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은 아쉬웠다.


S#3. 선택 :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거였다. 클라이언트는 브로셔가 이미 떨어져서 당장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선택지가 생긴다.

데이터를 다시 정리해서 맡기자고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있는 그대로 인쇄소에 넘길 것인가?

사실 이런 문제는 혼자 판단하지 않고 회사나 클라이언트와 의논하는 게 맞다. 그래야 품질도 지키고, 다음 작업 때도 불필요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고민 끝에 그냥 데이터를 인쇄소에 넘겼다.

예상대로 기장님이 물으셨다.
“검은 글씨를 왜 4도로 했나요? 이러면 핀 맞추기 힘들어요.”
“데이터가 그렇게 왔습니다.”

다행히 그날은 인쇄가 잘 나왔다. 하지만 운이 항상 따라줄 순 없다. 이런 건 반드시 클라이언트와 공유해야 한다.


S#4. 마무리 :

인쇄가 끝난 뒤, 결국 회사에도 보고하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연락했다.
대표님은 “이런 문제는 혼자 결정하지 말고 의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클라이언트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래도 인쇄는 잘 나온 거죠? 그럼 됐습니다.”

큰 문제 없이 넘어가긴 했지만, 이번 경험으로 배운 게 있다. 어떤 클라이언트를 만나든,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말고 바로 회사나 담당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안고 가는 건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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