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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물점 Jan 15. 2020

설마(雪馬)는 사람을 잡지 않는다.

겨울 방학에 내 아이와 꼭 해야 할 체험 여행

설빙칠우와 함께 놀기 4부 <눈썰매>


'눈썰매' 이야기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안녕, 나는 눈썰매야.

흰 눈이 쌓인 동산이나 작은 언덕을 보게 되면 누구나 눈썰매를 떠올리게 돼. 크리스마스 캐럴 가사처럼 하얗게 눈 내린 언덕에서 썰매를 타며 내려오는 기분은 상상만 해도 정말 즐겁고 상쾌할 것 같지 않니?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스키장이나 눈썰매장이 생기면서 시골 마을 언덕에 친구들과 어울려 비닐 눈썰매를 타는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그 즐거움과 낭만은 여전히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있어.

플라스틱과 같은 현대적인 재질의 눈썰매가 나오기 전, 사람들은 농사용 비료를 담았던 비닐 포대에 지푸라기를 든든히 채워 넣은 비닐 눈썰매를 즐겨 탔어.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비닐 포대에 엉덩이를 대고 앉으면 지구 중력에 의해 썰매는 아래로 자연스레 미끄러져 내려갔단다. 이때 지푸라기의 역할은 엉덩이에 전해지는 충격을 덜어주는 거야. 푹신한 쿠션 역할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지? 어때? 너희들도 비닐 눈썰매에 몸을 맡겨보지 않을래? 즐겨 만나는 친구와 함께하면 더욱 좋겠어. 두 사람이 기차처럼 엮여 눈밭을 구르는 장면을 상상해 보렴.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어. 위험에 대비하지 않고 '설마설마' 하다가 막상 위험이 다가오면 생명을 잃거나 큰 해를 당하게 된다는 뜻이지. 즉,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큰 화를 면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하지만 눈썰매 '설마(雪馬)'는 우리를 해치지 않아. 잠자던 마음속 스트레스를 날려 오히려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거야. 올겨울이 가기 전에 눈 덮인 언덕을 만나거든 신나게 눈썰매를 타 보면 어떨까?


운반용 눈썰매 '발구'

발구(출처:http://cafe.daum.net/gunsanmuseum)

국어사전에서 '발구'를 찾으면, 북부 산간 지방에서 소나 말이 끌던 큰 눈썰매라는 설명을 읽을 수 있다. 사전의 뜻풀이대로 발구는 산골에서 나무나 짐을 나르는 데 사용하는 원시적인 운송 수단이다. 전체적으로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모양으로, 앞뒤로 짧은 기둥을 세워 실린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바퀴 대신 활 모양으로 넓게 구부러진 나무를 사용하여 눈이나 얼음 위에서 잘 미끄러지도록 만들었다. '발구'는 우리 옛 조상들이 만든 산타할아버지 썰매이다.


중력을 극복하거나 활용하려는 인류의 오래된 욕망


지구 중력은 인간에게 한계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동시에 제공하였다. 중력은 인간의 신체 능력에 늘 제약을 가했다. 높이 뛰거나 멀리 달릴 때 중력은 한계로 다가온다. 고대로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신체활동은 스포츠로 진화했으며 다양한 종목으로 분화되었다. 달리기, 던지기, 높이뛰기, 수영 등의 많은 종목은 중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 의지의 산물이다.


반대로 중력은 인간의 신체 능력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도 동시에 제공하였다. 육체노동의 피로를 덜어주었던 물레방아는 중력이 제공한 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스키나 스키점프, 봅슬레이, 썰매 등의 스포츠는 중력의 도움으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신체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은 사례이다. 보통 높은 곳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며 중력 가속도의 도움을 받는 종목들이다.


썰매는 중력의 힘을 이용하는 놀이이다. 썰매를 타며 지구의 힘을 느낄 수 있고, 짜릿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약간의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극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썰매 타기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스피드를 즐기려면 중력에 대한 공포감을 이겨내야 하고 자신감과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수준이 과하지 않다. 서서 스피드를 이겨내야 하는 스키나 보드보다 공포 수준이 덜하다. 경사로 선택에 따라 스스로 이겨내야 할 공포감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썰매는 어린아이들도 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은 위험 놀이에서 지나치게 배제되고 있다. 안전한 놀이도 중요하지만,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근원적인 힘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으로만 얻을 수 없다. 스스로 위험을 체험해 보는 경험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북유럽 사람들이 왜 '위험 놀이터' 또는 '모험 놀이터'를 만들고 아이들을 놀게 하는지 곱씹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눈썰매를 10배 즐기는 꿀팁!


 1. 내 차에 눈썰매가 준비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를 언제나 활용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있다면 차량에서 내려 이동하는 모든 순간에 눈썰매에 아이를 태우자. 물론 눈이 있는 길에서. 노르웨이나 스웨덴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면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을 썰매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썰매에 태우고 다니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계절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다. 추위를 즐거움으로 이겨낼 수 있는 힘과 함께.


2. 차량 이동 중 눈밭을 발견한다면 바로 차를 멈추자. 눈에서 놀 수 있는 눈밭을 만나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자. 길가에 돈이 떨어져 있다고 여기고 즐기자. 1시간 늦으면 어떤가? 눈밭에서의 1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눈밭에 대하여 부모의 마음이 바뀌어야 아이도 마음이 바뀐다.


3. 최근에 시판되는 눈썰매 중에는 방향 조절이 가능한 제품도 있다. 아이가 스스로 방향 조정을 할 수 있는 눈썰매는 아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집중력과 조정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기능의 눈썰매를 활용하자.


4. 비료 포대 눈썰매를 준비할 수 있다면 꼭 경험하도록 하자. 시대애 뒤떨어졌다고 여길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이전 세대와 소통하려면 같은 경험이 필요하다. 또한 문학 작품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에서 관련된 내용을 읽거나 보게 될 때 아이의 이해 수준이 달라진다. 경험은 기억을 다채롭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너무 오래되어서 쓸 데 없는 경험이란 없다.


5. 바람 부는 언덕에서 눈썰매를 탄다면 '연'도 함께 준비하자. 썰매도 타고 연도 날리자. 기쁨은 두 배가 된다. 


6. 부모님과 함께 타자. 오토바이 뒤에 탄 사람은 앞사람을 붙잡게 된다. 썰매도 그렇다. 가족이 한 덩어리가 되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아이는 자신의 두려움을 어른에 의지한다. 부모에 대한 믿음, 의지, 든든함을 느끼는 아이는 가족의 울타리를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설마는 사람을 잡지 않는다. 설마를 무시했을 때 위험은 현실화된다. 눈썰매를 타며 체험하는 약한 두려움과 공포는 장차 아이들 스스로 위험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된다."                   By 철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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