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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모 Apr 26. 2022

지하철에서

지하철을   널찍한 창문 앞에   있기를 바란다. 보통 아주 쉽게 그럴  있다. 앉아 가는  바라면 그러기 어려웠는데. 한참 벚꽃이 피기 전부터 만개할 때까지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좋았다. 어두운 터널에서 열차가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풍경이 바뀐다. 산등성이  국도가 보이다가 한적한 시골 밭이 나온다. 캄캄한 굴을 지나 환한 바깥과 마주할 때면  애틋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이 든다.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던 아이가 도시에 와서 산다는,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특히 좋아하는 구간이 있다. 산본에서 금정으로   열차가 공원을 지나는데,  나무들 위에서 헤엄치는 새가  기분이다.

 금정 다음부터는 긴 터널 속을 달린다. 그때부터 책을 꺼낸다. 두 손으로 가벼운 책을 받치고 선다. 요즘 읽는 건 겨울날 뮌헨에서부터 파리까지 걸어간 어느 영화감독의 수필이다. 작가는 얼음 속을 걷고 난 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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