똠얌꿍과 양주의 오묘한 만남

by 시모


솜솜과 나는 이년 전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났다. 나는 솜솜을 지금까지도 꽤 좋아한다. 함께 있을 때 서로가 꽤 멋져 보이면서도 그 시간이 아주 편안하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솜솜과 아주 오랜만에 만나 색다르고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 그래서 정한 메뉴가 똠얌꿍이었다. 1년 전에 만났을 때도 베트남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그때의 추억을 상기해보자는 의미에서였다.


3층에 있던 가게는 컸지만 아늑했다. 테이블과 의자 모두 격식 있는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데, 동시에 골동품과 오래된 샹들리에가 포근한 분위기를 풍겼다. 신비한 이름임에도 친숙한 이름의 똠얌꿍과 양주를 시켰다. 보통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베트남 맥주가 종류별로 있는 것만 봤지 양주가 종류별로 있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고민하다 곡물 향이 난다는 베트남 양주 넵모이를 시켜보기로 했다.


“베트남 양주... 없어요”

주문을 들은 외국인 웨이터가 서툰 한국어로 말했다.

“음.. 그럼 위스키 주세요”

웨이터는 잠시 생각을 하다 유리 진열대에 늘어놓은 술을 한 병 한 병 확인했다. 그러더니 병 하나를 흔들어 보였다.

“위스키도 없어요”

솜솜과 나는 웨이터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차게 말하는 걸 듣고 조그맣게 웃었다.

“그럼 럼은요?”

“럼, 있어요!”

그제야 우리 모두 안도의 웃음을 터뜨렸다.


웨이터는 커다란 유리잔에 화이트럼을 따라왔다. 찻잔 만한 아주 큰 잔이었다. 그 크기에 걸맞게 럼도 가득 차 있었다. 솜솜은 그걸 보며 “너 이거 다 마시고 집 가야겠는데”라고 말했다.


때마침 똠얌꿍도 나왔다. 문양이 있는 하얀 자기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가득 올려진 고수 사이로 주황빛이 도는 빨간 국물이 보였다. 그 안을 들여다보며 먹는 게 재밌었다. 동그랗게 말린 새우 몇 개와 느타리버섯, 작게 잘린 레몬그라스가 눈에 띄었다. 보이는 재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아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고소했다. 레몬그라스의 상큼한 맛과 라임의 새콤한 맛, 코코넛 밀크의 고소한 맛과 함께 고추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무겁지 않지만 강렬한 맛이 났다. 고수 또한 빠지면 섭섭하다. 자극적이고 기름질 수 있는 국물을 싱그럽게 감싸준다.



똠얌꿍은 알고 보니 술과 무척 잘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코코넛 밀크의 기름 때문에 맥주와 먹기도 좋고 소주와도 궁합이 괜찮다. 이 날 마신 럼은 향이 강하지 않았지만, 양주와 특히 좋은 짝이다. 여러 가지 향과 맛이 폭발하는 똠얌꿍과 함께 마셔도 지지 않는 향의 양주라면 최고다.

뜨끈한 국물을 한 입 떠먹은 후 럼을 조금 마시고 오동통한 새우를 건져 한입에 먹은 후 다시 럼을 홀짝였다. 쫄깃한 느타리버섯을 숟가락에 얹어 국물과 함께 먹고 또 럼을 마셨다. 그렇게 먹다 보니 몸이 더워져 땀이 찔끔 났다.


솜솜 말대로 럼 한 잔을 마시고 작별을 고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똠얌꿍을 먹으면서 해장도 함께 된 것인지 그렇게 취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꼭 베트남식 위스키를 마셔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웨이터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똠은 끓이다라는 뜻이고 얌은 베트남식 샐러드, 꿍은 새우를 뜻한다. 고수와 레몬그라스, 허브 등을 이용해 만드는 샐러드 ‘얌’과 비슷한 재료를 넣기 때문에 똠얌꿍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새우 대신 생선 머리나 닭고기 등을 이용해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재료 변화에 따라 마지막 이름이 바뀐다. 레몬그라스는 언뜻 보기에 쪽파와 비슷한 생김새의 풀이지만 레몬의 신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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