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반중 정서

: 부다페스트의 푸단대학 설립 / 윤지우

by 와이파이
*걸어서 __ 속으로 는 한 달간의 국제 이슈를 이미지와 함께 더 쉽게 알리는 코너입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TV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 차용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한 층 더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유럽 지도를 보면 체코의 프라하, 오스트리아의 빈,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찍고 선으로 이어 보면 삼각형이 만들어집니다. 흔히 이 지역을 동유럽의 핵심 지역이라 부르는데,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그중 동유럽의 보석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그런 부다페스트에서 조금은 생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세계의 정세와 동떨어져 있는 사건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주의자들의 성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지만,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양상이 다른 극우 사태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번 걸어서 __ 속으로는 조금은 흔하게 접할 수 없었던 이야기에 주목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동유럽의 보석이라 불리는 헝가리의 반중 정서 : 부다페스트의 푸단대학 설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5일 (현지시간) 시민들이 중국의 푸단대학 캠퍼스 설립을 앞두고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약 1만여 명의 헝가리 시민들이 중국 푸단대학 캠퍼스 건설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Qy0ilHZO8OYz82_bso39ltYpgcX4MKwPXCGGRFoIqDysJcYzNzPmX8m919vH83PtDpb137hAglxi_VjRETEaTv6BnT3TT4jTZyvTdWOHWRbUdfAVa6U8JJIybedsvIGh8M8l_PE 출처: Hungarians protest planned Chinese university in Budapest

시위의 뒷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그 전 사건들에 대해 알아보아야 합니다. 헝가리 정부는 중국 국립대학인 푸단대의 캠퍼스를 부다페스트에 유치해 2024년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퍼지며 헝가리 또한 코로나의 피해를 극심하게 입었습니다. 백신이 서서히 개발되고 있는 요즘, 지난 2월 헝가리 정부는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한다고 공표했습니다. 각 나라의 수장인 시진핑 주석과 오르반 총리가 전화통화를 하며 백신 협력을 강조했죠. 이에 대한 응답으로 헝가리 측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부다페스트에 푸단대 캠퍼스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gyWHC8Uf7O4WJ4Ogwklzc-aOK7bVHG1-H_pdU81mpf29uvFB_elrkIMHS_v8FCMH3Yl5anDckMS3QR_Rqw5TR_kfHbS66ab1lkMXOkhBcCYCUHNlFcCg0jiU6vE6oDWv-oG5mGg (시진핑 주석과 오르반 총리) 출처: Xinhua | English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이 유치를 두고 수준 높은 국제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주장했지만, 반대 의견은 거세기만 합니다. 한 여론 조사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중국 대학 유치에 반대 의견에 보였다고도 해요.

wd1PwxTEdhOCgjbjR6Jaqra-wlAhrudAA2GFkOW7h_ZjvVmsMPnBs7ZLwpyUp5LEGZhp2xAXvjKvdYE2ZeTwgowDpzrDU_VHLPnTAPgrJWYlrAurjKQ55v4tp7jXmRCSkXIETuU (독일의 최대 통신사 dpa) 출처: German Press Agency dpa - Photos

독일 최대의 통신사인 dpa(Deutsche Presse-Agentur)에서는 2018년 오르반 총리가 조지 소로스 대학을 폐쇄하고 부다페스트에 ‘사상의 자유’를 헌장에서 삭제한 대학을 들여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못 미더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헝가리 내 지식인들 사이 또한 푸단대학의 주요 이념이 시진핑 사상이라는 점을 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에는 이 대학의 설립이 헝가리의 교육 예산으로 이루어지지만, 헝가리에게 아무런 혜택 없이 중국 자본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도 나타납니다. 푸단대 캠퍼스로 예정된 부지는 원래 헝가리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주택을 지으려던 곳이었습니다. 또한, 푸단대 캠퍼스 공사에는 약 15억 유로(약 2조 원)가 투입되는데, 이는 2019년 헝가리 총 고등교육 예산보다도 많은 금액입니다. 학교 건설은 헝가리 내 기업들의 입찰 없이, 중국 국유기업인 중젠이 맡고 중국 건설자재와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며 진행됩니다.


정부의 결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가 중국에 정치적 의존도를 높이며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헝가리의 비영리적 저널리즘 센터인 DIrekt36은 트위터에 ‘빅토르 오르반이 중국에 헝가리를 개방하면서 헝가리를 중국과 미국의 충돌지역으로 만들고 있고, 헝가리를 중국 정보기관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대학 캠퍼스 건설을 명분으로 유럽 지역의 장악력을 높이려는데 헝가리가 이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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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인 오르반 총리와 다르게, 부다페스트 시장인 게르겔리 커러초니 시장은 중국에게 명백한 반기를 들었습니다. 게르겔리 커러초니 시장은 중도 좌파 성향의 정치인으로, 오르반 총리의 정책에 대해 꾸준히 반대의견을 펼치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오르반 총리의 2010년 집권 이후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게 한 사람이기도 하죠. 그는 ‘우리는 지금 독재자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하며, 이번 푸단대 설립에도 맹렬한 반대의견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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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예정 부지 인근 거리를 ‘자유 홍콩 길’이라고 명명하고, ‘위구르 순교자 길’, ‘달라이 라마’ 등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도로명도 함께 등장했습니다. (약간은 우려스러운 부분이긴 합니다만...) 사사건건 중국을 물고 늘어지고 있죠.


항의 시위가 계속되지 오르반 총리는 푸단 대학 설립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헝가리 의회가 중국 푸단대학으로의 국유지 기부 안을 기습 통과시켰죠. 이 사건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아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 왜 헝가리와 중국은 이토록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동유럽의 한 나라와 중국은 어떻게 대학 유치를 논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까요?

양국은 냉전시절에도 수교를 했었고 현재에도 교류, 협력이 매우 활발한 편입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이었던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이 양국의 활발한 협력을 이끌어 내었죠. 헝가리는 80년대 동유럽의 민주화 운동 이후 민주주의 국가가 되고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로 남아 있지만, 양국의 협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적인 교류 또한 추가되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헝가리에 많이 진출했고, 부다페스트에는 중국인 공동체가 형성되었죠.


헝가리의 지리적 위치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저렴한 원자재를 들여 헝가리 경제의 핵심인 제조 분야를 필두로 한 수출산업의 활약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헝가리는 중동부 유럽의 물류허브 역할도 수행하므로,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자재의 중계무역을 통해 이득을 본다는 시각 또한 존재합니다. 중국은 오랜 시간 동안 헝가리와 관계를 쌓아왔을 뿐만 아니라 헝가리의 수입국 중 2위를 차지하는 등 헝가리 경제 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이 헝가리를 발판 삼아 유럽 상권을 장악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헝가리 또한 중국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아시아 분야의 협력자로 삼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정치적 이해관계와 시민들의 권리에 대한 주장이 부딪히고는 합니다. 하지만 시민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있을까요? ‘정치적 이해관계’라는 것은 사실 눈앞에 사로잡힌 허상은 아닐까요?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공정’에 대한 담론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공정’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만 할까요? 그 답을 개개인의 견해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이 더 ‘우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함께 살아갑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그 끝은 이미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헝가리에 있어 중국이란 존재는 - 경제·무역


"중국 대학 반대!" 헝가리 대규모 반중시위, 왜?


"오르반 체제에 첫 균열"…부다페스트 시장, 야권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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