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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녀작가 Dec 21. 2023

12월이 되면

엄마작가

 12월은 마음이 바쁜 달이다. 모든 수업이 마무리되는 때라서 이것저것 할 게 많다. 특히 책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한 활동지를 책으로 묶어야 하기에 손이 많이 간다. 수업 때 아이들이 만든 손바닥보다 더 작은 이야기책을 A4 용지에 풀로 붙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붙인 종이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도 하고 다시 손보는 작업을 해서 한 권씩 수작업으로 제본한다. 백 권 가까운 책을 손으로 만들다 보면 기계문명이 발달하기 전의 시대에 사는 가내수공업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노동을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딴생각할 수가 없다. 잠깐 딴생각하다 보면 실수하기 때문이다. 구멍 뚫을 위치를 잘못한다거나 넣어야 할 종이를 빼먹는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바쁜 손과는 달리 마음은 즐겁다. 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의 작품을 다시 보면 삐뚤삐뚤한 글자가 귀엽고 자유로운 그림이 좋아서 웃게 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수업하다 보니 아이들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글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땅에 뿌리를 내리고 그림도 더 세련되고 귀여워진다. 다만 제멋대로 자유롭게 그리던 그림이 점점 교복을 입듯 서로 비슷해진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그림에서 느껴져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시냇물로 마음을 씻은 듯 맑아진다. 그래서인지 책을 만들어도 피곤하지가 않다. 같은 자세로 하루 종일 작업을 했는데도 뭉친 근육이 금방 풀린다. 아이들의 글과 그림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책을 다 만들고 나면 상장을 만들 차례다. 상장으로 크게 칭찬하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책만큼이나 좋아해서 계속하고 있다. 나도 아이들처럼 수료증보다는 상장을 더 좋아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학교 다닐 때 상장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한 번은 초등학생일 때 선생님이 내가 쓴 시를 보고 백일장에 나가라고 해서 간 적이 있다. 부끄럼 많고 소심한 난 처음 간 백일장 분위기에 많이 긴장했다. 그래서인지 악필인 내 글씨는 처음에는 작은 민들레꽃처럼 수줍게 하고 있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박동이 더 크게 들릴수록 점점 홀씨가 되어 위로 날아올라 가고 있었다. 지우개로 글자를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그럴수록 심장은 더 날뛰고 글자는 바람을 탄 듯 날아가고 시간은 자꾸 흐르고 어찌어찌하다 끝난 기억이 있다. 


  지금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기계문명 발달 덕분이다. 손으로 쓰지 않기에 가능하다. 난 지금도 여전히 악필이다. 컴퓨터 덕분에 글을 쓰고 상도 여러 번 받을 수 있었다. 상을 받는다는 것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했다. 아이들도 스스로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책과 상장을 선물하고 있다. 선물은 받는 아이들만큼 준비하는 나도 행복하다. 그 선물에 내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의 흔적이 담겨있는 책을 보면서 웃으면서 흐뭇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1, 2학년 아이들은 마무리할 때가 되면 시작할 때 한 활동지를 보면서 철자가 틀린 글자를 고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3, 4학년 여자아이들은 그림을 더 그리거나 색칠을 더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모습도 참 예쁘다. 


  12월은 마음이 자라는 달이다. 아이들도 나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칭찬하는 달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아이들은 친구에게 박수를 보는 달이기도 하다. 박수 소리를 듣고 마음은 더 잘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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