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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Dec 09. 2018

결혼과 도덕

프로젝트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버트란트 러셀 (Bertrand Russell, 1872 - 1970)의 결혼 생활

그는 사랑꾼이었다. 98년의 생애 동안 4번의 결혼 생활을 했다. 시대와 그의 환경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가 삶에서 사랑, 결혼, 가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느낄 수 있다. 영국과 미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결혼과 도덕은 그가 두 번째 결혼 생활을 하던 1929년에 출판되었다. 그는 이 책의 출판으로 인하여 외설 작가라는 오명을 얻었고, 교수 임용을 취소당하기도 하였다. 그가 훌륭한 수학자이자 철학자, 그리고 평화운동가였음을 고려할 때 나는 다시 한번 왜곡과 무지에 대한 무서움을 느낀다. 시대가 변화하였음에도 여전히 그의 행보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극과 이슈화가 아닌 그의 삶의 맥락을 파악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의 결혼에 대한 짧은 연표를 공유한다.

첫 번째 결혼 : 1894년(22세) - 1921년(49세) / 배우자 앨리스 피 어살 스미스. (미국인. 17살에 만난 첫사랑. 1901년쯤 아내에게 관심을 잃음. 그 후 별거, 불륜..)  

두 번째 결혼 : 1921년(49세) - 1935년(63세) / 도라 러셀 (1894년 생. 혁명적 페미니스트. 연애 중 함께 러시아 행, 임신 후 결혼, 둘 사이에서 존, 케서린, 해리엇 세 자녀를 둠. 도라의 애인, 그의 애인이 함께 살기도 함. 도라가 다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그녀와 헤어지게 됨.)

세 번째 결혼 : 1936년(64세) - 1952년(80세) / 패트리샤 스펜스 (1910년생, 자녀 1명)

네 번째 결혼 : 1952년(80세) - 1970(98세) / 에디스 핀치 러셀 (1900년생. 작가)  


버트란트 러셀의 결혼과 도덕  (1929년 출판)

결혼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  

문명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루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수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부부 쌍방이 완벽히 평등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서로의 자유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부분 사이에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벽한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하고, 가치의 기준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한다(가령 한 사람은 금전만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은 선행만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결혼은 비참해진다). 이런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결혼은 두 명의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유익하고 가장 중요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결혼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흔치 않았는데, 그 주된 원인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경찰관 행세를 해온 데 있다. 결혼이 지닌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하고자 한다면, 남편과 아내는 법률의 규정이 어떤 하든 관계없이 사적인 생활 영역에서 자유롭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P.130


행복한 이혼의 조건 中

이혼이 매우 빈번한 것은 사람들의 현실적인 결혼관과 이상적인 결혼관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고, 또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간통이 용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P208

이혼하기 쉬운 것이 결혼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현실적으로는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이혼이 지나치게 어렵게 되어있다. 아무리 해도 이혼할 방도가 없어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부부라도 자식들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단순한 성관계와 결혼을 구별하고, 낭만적인 결혼관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생물학적인 결혼관을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결혼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성가신 의무들을 일체 무시하고는 결혼생활이 존립할 수 없다. 내가 권장하는 방식으로 결혼 제도가 시행된다면, 남편은 아내에 대해서 성적인 정절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어깨에서 내려놓는 대신, 질투심을 억제할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 자제를 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감정(예컨대 사랑)을 자제하기보다는 편협하고 악의적인 강정(예컨대 질투심)을 자제하는 것이 더 유익한 일이다. 인습적 도덕이 자제를 요구해 온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엉뚱한 부분에서 자체를 요구해 온 것은 잘못이다. P211


사랑과 개인의 행복

부부간의 사랑에 굶주리고 절망감에 사로잡힌 결혼 생활에서 누리지 못했던 사랑의 부스러기라도 얻고 싶은 마음에 무력한 어린 자식에게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이런 행동은 어린 마음을 삐뚤어지게 하고 자식 세대에게 자신들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고통을 물려주는 토대를 쌓을 뿐이다. 부부간에 기쁨과 상호 만족이 있는 부부는, 그렇지 못한 부부에 비해서, 사랑의 결실인 자식들에게 훨씬 건강하고 확고하며, 자연의 섭리에 훨씬 부합하고, 훨씬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본능적이면서도, 훨씬 이기적이지 않고 훨씬 효과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베풀 수 있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생을 두려워하고, 인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P.253


행복한 결혼의 정수는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깊이 있는 친밀감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런 요건들이 충족될 때 남녀 간의 진지한 사랑은 인간의 모든 체험 가운데서 가장 풍요로운 것이 된다. 이런 사랑은 모든 위대하고 귀중한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도덕을 필요로 하며, 더 큰 것을 위해서 작은 것을 희생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희생은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 희생은 다른 목적을 위해서 사랑의 토대 자체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P281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결혼과 도덕 편]에서 나눈 이야기

1. 당신에게 "사랑", "결혼", "가족", "이혼"이란?

어떤 단어에 대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념은 사전적 정의와 같지 않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단어에 개념을 불어넣는다. 삶에 꽤 중요한 요소임에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이 단어들에 대해 당신은 어떤 개념을 머릿속에 형성해 두었는가? 무엇이 옳은지가 아닌 얼마나 다를 수 있고, 그러므로 사전적 정의가 정답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2. 성(性)은 왜 은밀한 이슈가 되어 버렸을까?

러셀이 이야기하는 고대의 성과 중세의 성, 그리고 지역적 이슈를 나눔으로써 기독교적 윤리관 (우리는 성리학적 윤리관이라 볼 수 있을 듯함)에 기초한 현재의 인습적 성윤리가 정답이 아님을, 그리고 성을 어렸을 적부터 열린 이슈로 만듦으로써 삶을 더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설계할 수 있음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3.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 생활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꼭 배우자와, 혹은 배우자가 될 사람과 나눠야 하지 않을까?


4. 2050년, 대한민국의 결혼제도는 어떠할 것 같은지??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삶과 결혼, 가족이 궁금하다. 그것들이 모여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가게 될 테니까.


나는 버트란트 러셀이 이상적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상이 그의 시대에 너무 앞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쩜 누군가는 여전히 시대에 앞서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개인의 차원에서 점점 그가 말하는 이상적 결혼생활을 향해 가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에게는 학습되어버린 규율에 대한 인습적 사고제도의 뒤쳐진 반영이라는 커다란 두 개의 벽이 있다. 사회가 다 함께 그 벽을 넘어서긴 쉽지 않지만, 수많은 개인들은 쪽문으로 넘나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쪽문을 드나드는 사람으로서 굳이 그 사실을 타인에게 밝혀 괜한 손가락질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두려워 않고 러셀처럼 용감하게 진실을 밝히는 사람이고 싶다. 왜냐하면 벽을 부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수많은 사람들이 쪽문의 존재를 인지하고 더 많은 문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은 다양한 책과 영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관련 대화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아이튠즈 팟캐스트, 팟빵, 파티에서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으로 검색하시면 들으실 수 있어요.


버트란트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프로젝트[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https://brunch.co.kr/@2xcollector/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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