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바람에 - 2부. 우리를 꿈꾸다
나는 혼자였네. 비 속에 나는 혼자였네. 내 머릿속에는 구름이 떠 있었지. 그때 햇살 속에 그녀가 나타나 내 삶은 즐거워졌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 강렬한 눈빛. 그녀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따뜻해지네. 그녀는 내게 영어를 가르치지만 난 더 소중한 것을 배운다네.
[영화, 타인의 취향 中]
2013, 하나의 조각
내가 아는 그는 요리, 철학 모임과 대화를 좋아하고,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고 일에 빠지면 밤새 일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누구나 매력 있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
2014, 매혹
그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설레었다. 그의 무심한 듯 섬세함. 어른스러운 듯 아이 같음.
그러한 것들이 나를 자극한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관계를 쌓아간다.
그리고 대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그의 눈빛을 보았고,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
거울 속 내 눈동자에서도 그가 보였다.
그 외의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설레는 이 마음 외에는.
2015, over the rainbow
그는 우리 집에 방문한 첫 남자 친구가 되었다.
가족관계에 타인을 끌어들이는 낯선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던 건, 그의 자연스러움 덕이기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조금씩 늘어가는 나의 경험과 타인의 충고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많은 의견의 차이가 있지만 크게 다투지는 않았다.
우리의 비슷한 점 중 하나는 불화를 싫어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려 노력한다는 점이 아닐까?
우리는 어느덧 철학과 주제에 대한 담론보다 일상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고, 서로의 일상에 많은 시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는 그의 수많은 다름을 보게 되었으며 그것은 감동이자 짜증이었으며 배움이자 성장의 씨앗이 되었다.
서로의 의사결정 체계, 선호하는 음식, 좋아하는 환경, 정의에 대한 사고 등 삶의 대부분이 달랐고 그 다름은 갈등의 원인이자 매력의 원천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묘하게도 그는 내 삶의 수많은 어려움에 위로였으며 다른 어려움의 원인이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큰 의미가 있는 존재인 것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로 인해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사랑을 배웠고 무엇보다 나를 배웠다.
이제 그는 단지 그로 존재하지 않고 나의 그이자 우리였으나 그 자체가 나를 흔드는 두려움으로 존재하기도 했다.
2016, 1/3 새로운 여정
우리는 여행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오랜만의 여행이자 나의 여행이 아닌 우리의 첫 여행이었다.
나는 여행자이던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이 시간의 흐름 때문인지, 내가 보낸 세월의 환경적 조건 때문인지, 혹여 새로 등장한 그 때문인지를 알지 못한다.
나는 그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예전보다 더 그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 그는 전에 없이 어려워졌다.
그것은 나 자신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종종 지난 1년 반의 시간이 마치 꿈인 양 낯설게 느껴진다.
하루 24시간, 매일매일을 같이 보내는 삶.
낯선 곳에서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자 연인인 삶.
나는 잠시 우리가 나도 아닌 그도 아닌 다른 삶의 지점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진실된 무엇을 잃은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했다.
그것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묻혀 가고 있는 서로의 취향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무배려였다.
사실 그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내가 아는 것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서운함에 화가 났지만 사실 여러모로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나였다.
나는 나의 취향을, 그는 자기 취향을 즐기며 살아가다 우연히 우리의 취향이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면 반가워하며 나누면 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쉽게 행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혹여 내가 챙기지 않으면 그가 고생할까 미리 걱정하는 마음,
그가 나와 비슷한 걸 좋아해 주길 바라는 욕심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그는 자기 삶을 산다. 나는 나의 삶을 산다.
그러다 우리의 삶이 함께할 때 우리는 더 큰 자유와 성장과 따뜻함을 느끼는 법을 배워간다.
2016, 1/3 그 이후
그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