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는 말이지 - 에필로그
현재 나의 삶은 세상을 아는 것만 같던 스무살 무렵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게 세상이었냐며 좌절하고 그 무게에 삶이 짓눌려 결국은 망해버릴 것 같던 서른 무렵보다 무겁지도 않다. 지금의 나에게 삶은 그저 삶이고, 나는 나고, 세상은 세상일 뿐이라 생각한다. 근데 사실 내가 사는 세상은 나의 삶 속에 나로서만 존재하니, 그게 다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의 나의 삶은 내가 어렸을 적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것만큼 근사하진 않다. 상상했던 근사함이 매우 운이 좋거나 심지어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꽤 독하고 그에 대한 신념이 강해야지만 이룰 수 있는 것임을 알았을 때 나는 겉으로는 피식 웃고 속으로는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 합리화해 버리고는 관련된 모든 욕구를 탈탈 털어 멀리 날려버렸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를 기약하겠다는 가벼운 농담과 함께. 근사하진 않지만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어렸을 적 내가 상상도 못 했던 리얼리티가 넘치는 곳임을 생각하면, 나는 현실 속에서 이상을 놓지 않으며 잘살고 있는 것도 같다. 이 역시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혹시 그대의 삶도 그러하지 않은가? 공감을 얻고 이해받고 싶어서 쓴 글이라고도, 그건 아니라고도 말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스스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 가고 벗겨 보고 싶었다. 글 속에서 벌거벗고 부끄럼 없이 춤을 추며 남들에게 그게 별거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글을 쓰고 나니 내가 아직 벌거벗고 춤을 출 경지에 이르지 못했음이 드러났지만 그래도 하나씩 벗어던지는 재미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의 여행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만약 흥이 날 듯하다가 뭔가 아쉬움이 남은 채 끝나버린 여행이 돼버렸다면 감히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그대여, 나와 함께 벌거벗고 춤추지 않겠는가? 이제 와 핑계를 대보자면 혼자서는 힘들었지만 두어 명만 더 있다면 나는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