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여행자 2

있잖아, 나는 말이지 - 방랑 여행자의 소소한 프로젝트 @ life

by 방자
“여행했던 곳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

“글쎄, 그건 기준에 따라 달라. 어떤 여행에서는 특별한 쉼이 있어 좋았고, 또 어떤 여행에서는 좋은 친구를 만나 좋았으니.”

“좋은 여행지 좀 추천해줘.”

“여행이 단지 공간의 이슈는 아닌 거 같아. 시간과 그 안에 있는 자신의 상태도 큰 영향을 미치거든. 너는 어떤 경험을 하는 여행을 상상해?”

“흠..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여행지 추천해 달라니까 역으로 어려운 질문을 하는군.”

“네 취향을 모르고 어떻게 네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추천할 수 있겠어?”

“그도 그렇네.”


사회에 나와 보니 고용인이든 피고용인이든 휴가라는 제도가 안정된 조직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때맞춰 쉬고 넉넉한 휴식 후 업무로 복귀하며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했다. 이걸 조직의 특성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 문화적 특성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만난 유럽, 특히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달 정도 휴가를 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변의 한국 사람들은 휴가가 주어지면 너무 좋을 것 같지만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거나 어떤 행동을 취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창업을 했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심지어 여행 캠프를 운영했으니 여행이라 할 법도 했고, 내가 대표였으니 쉬고 싶으면 쉬면 되었다. 근데 그러지 못했다. 늘 하나를 완료하기 무섭게 쌓여 가는 일들 때문에 야구 방망이로 다가오는 일을 쳐내는 심정으로 해냈고, 누워 있어도 머리가 쉬질 못하고 돌아가니 쉬는 게 아니었다. 뭔가 새로운 걸 배우러 간 연수에도 컴퓨터를 끼고 다니며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았고, 나름 뛰고 있는데도 더 열심히 뛰라는 주변의 말에 짜증을 내며 신경 끄라고 말하는 대신 이를 악물고 주변의 속도를 살폈다. 사람들은 종종 눈에 보이는 성과에 손뼉을 치며 응원한다 말했지만, 나는 점점 삶이 불안하고 무서웠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살다가 어느 날 운 나쁘게 교통사고로 죽기라도 한다면 억울해서 눈을 감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한창 여행하며 살던 이십 대 중반까지는 늘 오늘 죽어도 여한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자부했던 내가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내가 사는 삶은 명확하게 원하던 방식이나 과정은 아니었다.


수차례 선택을 거듭해 지금 이곳에 서 있기까지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가며 삶을 살기 위하여 스스로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여행자처럼 살고, 철학자처럼 생각하고, 디자이너처럼 일한다. 이 말을 주문처럼 외다 보니 어느덧 인이 박인 듯하다. 나는 그저 당연한 듯 내게 여행자의 시선과 감각이 남아있을 수 있도록 매년 꾸준히 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절해 일하고, 적당하게 사람들을 만나 토의와 학습의 기회를 가지고, 일을 할 때는 늘 내가 기획하고 실행한 것의 소셜 임팩트를 고려한다. 스스로 치밀하게 계산하지도, 매번 훌륭하게 여행자나 철학자, 디자이너로 살지도 않지만 확실한 것은 큰 노력이나 희생 없이도 내가 점점 더 그러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글 | 다음 글

이전 10화방랑 여행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