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는 말이지 - 하우스에서만 와이프 @ home
“그래도 식은 해야지~”
“왜? 딱 봐도 피곤할 거 같은데..”
“사람들도 네 결혼을 축하해 주고 싶을 거 아냐?”
“에이~ 결혼식에 꼭 와야만 축하인가? 그냥 말이든 맘이든 하고 싶은 방식으로 축하하면 되지. 내가 봤을 땐 결혼식 하면서 즐겁게 축하받는 신랑 신부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새벽부터 너무 바쁘고 힘들고 지쳐서.”
“그래서 안 하려고?”
“응~ 안 해.”
“드레스 입어 보고 싶지 않아?”
“별로, 몸매에 자신도 없고. 입어 보더라도 그걸 입고 사람들하고 막 사진 찍고, 사람들 사이로 막 행진하고 그러고 싶진 않아.”
우리는 다르다. 우리의 다름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며 매력이다. 나의 존재가 의미 있는 이유이다. 그는 청결이 민감한 사람이고 나는 정리정돈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가 혼자 살았더라면 방바닥에 옷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혼자 살았더라면 화장실에 물때와 물곰팡이들과 함께 살았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 때때로 짜증을 느끼지만,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스스로 처리하면 훨씬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종종 그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내가 그와 같은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금 내가 우선시하는 것들을 내동댕이쳐 버린다면 과연 우리의 삶이 더 만족스러울까? 덜 부딪칠지는 몰라도 더 풍요롭지는 못 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그저 듣거나 혹은 내게 중요한 것들을 말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려 할 뿐 나를 상대방에 맞춰 바꾸려 큰 노력을 하진 않는다. 그도 마찬가지이다. 이것만으로도 함께 사는 삶은 한결 편안하고 여유롭다.
결혼을 했다. 주변에서 먼저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결혼은 무덤, 자유의 끝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그건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호 합의에 달린 문제였다. 나의 자유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자유를 응원한다. 우리가 결혼이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지대가 되어주며 서로의 자유를 응원한다면 둘 다 전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을 듯하다. 그는 결혼 전보다 훨씬 많은 취미 생활을 하고, 나는 여전히 일 년에 한 달은 혼자 여행을 한다. 그러다 혹여 누가 바람이라도 나면 어쩌냐고? 글쎄, 그건 어떤 바람이 불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뭐라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못 할 때 사람들이 어디서든 색다른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는 것이지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사람은 늘 바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므로 쉬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내게 결혼은 신뢰 놀이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을 통해 신뢰를 키워가며 조금씩 자유의 파이를 넓혀 가는 놀이. 내가 집에서 하는 와이프 역할은 내가 일에서 알바의 마음가짐으로 해내는 팀장 역할보다 훨씬 더 유쾌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