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여행자 특징 : 커플 여행자. 시베리안 횡단 열차가 로망인 남 여행자. 일주일 동안 씻을 수 없는 여행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여 여행자.
여행지 특징 :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0,000Km에 이름. 한국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웃나라.
여행기간 : 2016.6.7. - 7.19. (42박)
여행도시 : 블라디보스토크(3박) - 기차 이동(3박) - 리스트 비앙카 (2박) - 이르쿠츠크(2박) - 기차 이동(2박) - 예카테린부르크(2박)- 기차 이동(2박) - 모스크바(12박) - 상트페테르부르크(14박)
여행 만족도 : ★★★★☆ (상상 이상의 자유로움, 따뜻함, 즐거움, 그리고 친철함.)
여행지 난이도 : ★★★☆ (영어 소통 어려움. 시베리안 횡단 열차 내 세면 어려움.)
여행지 총평 : 여행 전 러시아에 대해 춥고 경직된 사회일 거라고 상상했으나 여행 내내 날씨도 좋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즐길 수 있는 문화활동과 축제, 볼거리가 많아서 기대 이상의 경험과 만족을 한 것 같아요. 특히, 모스크바에 머무는 내내 진행된 아이스크림 축제 덕분에 정말 화사하고 볼거리 많은 시간들을 보냈어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과 먹고, 씻는데 불편함이 있지만 사유의 시간과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여행자에게 꼭 한 번은 추천하고 싶은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타 첨언 : 러시아에 가서 알게 된 것은 제가 얼마나 러시아에 대해 몰랐고, 잘못 알고 있었는지였어요. 동에서 서로 이동하며 만난 도시들(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리스트 비앙카,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과 (도시 그리고 시골) 사람들의 문화적 다양성은 러시아 여행의 또 하나의 매력인 것 같아요!
입국 비자 : 60일간 무비자 입국 가능
지역 종교 : 러시아 정교 (아름다운 성당들은 러시아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
지역 언어 : 러시아어
국가 통화 : 루블 (방문 당시, 1 USD = 62~65 RUB)
비용 지불 : 미화 환전 및 신용카드 사용, 시티은행 체크카드 인출
*시티은행에서 미화로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음. 미화 인출 후 환전이 루블 인출보다 환율이 좋음.
체감 물가 : 한국보다 저렴하다고 느껴짐. 레스토랑 커피/맥주 1.5달러 내외, 괜찮은 식사는 5달러 내로 즐길 수 있음.
심카드 : 8천 원대에 3GB 데이터 포함 심카드 구매. 여러 통신사와 플랜이 있고, 가격이 저렴한 편임으로 비교 후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구매 가능.
시베리안 횡단 열차 : 현지역에서 구매, 혹은 온라인 예매 가능 http://pass.rzd.ru/main-pass/public/en
*구매시점, 차량넘버에 따라 가격차 큼. 스탑오버는 불가능하며 다른 도시 경유를 원할 경우, 구간별 구매해야 함. 온라인 예매는 사전 예매 가능 및 영어 예매 가능의 장점이 있으나, 현장에서 티켓 발권을 다시 해야 하므로 만약 영어 예약의 어려움이 있고, 가격 차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 현장 발매가 나을 수도 있음.
숙박 예약 : booking.com과 Airbnb에서 예약. 일부 현장 예약.
*스푸트닉 호스텔&퍼스날 스페이스 : 모스크바에서 12일간 머물렀던 곳으로 위치와 디자인, 시설이 특별히 인상 깊었던 숙소여서 공유해요. http://sputnikhostel.ru/en/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 근처에 있는 시베리아 중앙에 위치한 도시예요. 바이칼 호수에 가기 위해 비행기 혹은 기차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으로 들어와 올혼 섬이나 리스트 비앙카 등으로 이동한다고 해요. 저희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곳까지 3박 4일을 기차를 타고 이동해 여기서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리스트 비앙카로 갔었습니다. 리스트 비앙카에서 인상 깊었던 활동은 로컬 보트를 타고 포트 바이칼로 건너가 산책을 즐겼던 것과 시장에서 오물 등의 먹거리를 사 피크닉을 즐긴 것 등이었어요(피크닉 장소는 바닷가 앞, 그리고 마을 끝 언덕 중턱 등에 있어요). 여름철에는 바이칼 호수 건너편으로 등산, 트래킹도 많이 떠난다고 합니다. 이르쿠츠크 시내는 전형적인 시베리아 도시로 건축양식 및 시장, 먹거리 등이 기억에 남아요!
모스크바는 제가 아직까지 가봤던 어느 유럽 도시보다 상상했던 유럽에 가까운 곳이었어요. 물론 도시 곳곳에 도로 공사 중으로 이동의 불편함이 없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건물들, 청명한 날씨(6월 말부터 7월 초였음), 도시 곳곳의 아이스크림 축제로 인한 행사와 아이스크림 부스, 넓은 공원들, 사람들의 여유.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고리키 파크와 그 안의 Garage Museum, 모스크바 외곽의 All-russian exhibition center예요. 둘 다 러시아의 현재를 보여주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스팟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비용 때문에, 혹은 표가 없어서 볼쇼이 극장에서의 발레를 보기 어렵다면 크렘린 극장의 발레 공연을 추천합니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볼쇼이 못지않은 고퀄리티 공연에 크렘린 궁도 무료로 함께 구경하실 수 있어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도시 곳곳에 흐르는 네바강 줄기와 그 길을 따라 도시를 둘러보는 것이 좋았어요. 곳곳에서 보트 투어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강가 주변으로 괜찮은 카페, 식당들이 많아요. 문화의 도시답게, 시내 곳곳, 특히 겨울궁전 광장(예르미타주박불관 앞) 근처에서 수시로 다양한 거리공연이 열립니다. 제가 머무는 기간 동안은 예르미타주 박물관에서 다리 건넌 곳에 위치한 공원 근처에서 주말 밤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어울려 살사를 추는 모임이 여럿 열리는 것을 보았어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모임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바삐 보러 돌아다니는 여행자의 삶보다는 그냥 집 앞에 나갔다 공연들을 발견하고 구경하며 보내는 날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예르미타주 박물관과 피터 앤 폴 요새예요. 예르미타주 박물관은 늘 줄이 긴데, 메인관(구관)이 아니라 신관으로 가셔서 표를 구매하시고 그쪽을 먼저 둘러보시면 대기없이 돌아보실 수 있어요. 피터 앤 폴 요새에서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니, 날이 좋다면 피크닉 준비를 해 가는 것도 좋아요!
시베리안 횡단 열차 시간은 현지 기준이 아니라 모스크바 기준으로 확인해야 해요.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는 7시간 차이가 나요. 시베리안 횡단 열차에 오르실 때는 이동거리를 감안해서 충분한 먹거리를 구매하고 타시는 게 좋아요. 내부에 레스토랑 칸이 있지만 먹어보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온수기가 열차칸마다 구비되어 있으므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은 컵라면(현지에서 도시락 컵라면 구매 가능), 그리고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음식(컵수프 등)과 과자류, 차, 음료 등이에요. 보드카 등의 술을 가지고 타시는 분도 꽤 있습니다. 사람들과 나눠 먹을만한 게 있다면 금상첨화! 안에서 생야채를 썰어 간단하게 요리를 해 드시는 분도 보았어요. 넉넉한 생수를 가지고 타실 걸 권장합니다. 편한 옷을 입는 게 좋아요. 신발도. 읽을거리, 할 거리가 있으면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어요! 의식주(안에서 베개와 커버, 담요 등을 줌으로 특별히 준비할 것 없음)가 준비되었다면 사실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해결됩니다. 불편을 경험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도 여행의 묘미니까요~ ;)
러시아는 제게 상상 이상의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해 준 여행지였어요. 요즘 시대 필수품인 인터넷이 터지지 않은 좁고, 열린 움직이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복닥복닥 부딪치며 서로 관찰하고 배려할 수밖에 없던 시베리안 횡단 열차는 처음 한 경험이었지만 묘하게 어릴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여러 가지를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준 것 같아요. 구간을 나누어 도시들을 경유해 이동하면 못 먹거나, 못 씻는 불편함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냥 쭉~ 가보는 것도 더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생각보다 그런 분들이 많으신 거 같더라고요. 사색과 여유가 필요한 분께 시베리안 횡단 열차 여행을 추천합니다. 한여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따뜻하고, 아름답고, 볼거리가 가득한 신나는 곳입니다. 볼 것, 할 것이 너무 많아 특별히 무언가를 추천해야 할지도 모르네요. 저는 박물관, 성당, 궁 방문도 좋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러시아 젊은이들이 삶을 즐기며 사는 공원, 카페 등의 경험이 더 많은 영감을 얻고 좋았던 것 같아요. 모스크바에서 갔던 공원들은 다른 어느 곳의 공원보다 더 활기 있고, 생동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편견을 깨는 여행을 해보고 싶은 분께, 사색 여행을 해보고 싶은 분께, 화려한 문화의 꽃을 즐기는 상상을 하는 분께 초여름, 시베리안 횡단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