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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티파자, 티파자의 해운대

이야기, 다섯

by 방자

알제에 와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자마자 겪은 뜨거운 토론거리(우리의 비자 이슈)를 뒤로한 채, 그 자리에 모였던 일부, 한국 아이 열과 어른 일곱이 세 차에 나눠 타고 티파자로 향했다. 사실 어디 가는지, 계획이 무엇인지 알고 그 차에 오른 건 아니고 그냥 완님과 함께 우리에게 찾아온 좋은 경험의 기회를 잡아 휩쓸리듯 함께 가게 된 것 같다.


지중해성 기후의 알제리는 태양이 뜨겁지만 바람이 시원하기도 하다. 도시 곳곳에 먼지가 많은데, 공기가 좋기도 하다. 뭐, 잘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하고 그게 뭔지 경험하니 알 것 같달까? 달리는 차에서 바람을 맞으며 태양빛에 부서지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아, 내가 알제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창 밖으로 보이는 집들은 전체적으로 옅은 황톳빛이다. 그리고 새로운 집들이 꽤 많이 지어지고 있었다. 느낌이 사뭇 다른 새집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바닷가 근처에 짓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도 중국인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니 이 곳에 정말 중국인들을 꽤 있어서 우리가 중국인이라고 생각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완님은 나중에 여기 사람들이 중국인보다는 한국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티파자는 이방인이란 책을 썼고, 노벨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의 도시로 유명하다는데, 그는 프랑스계 알제리 안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렸을 적 프랑스에서 이민 온 이민 2세로 외국인들은 티파자를 카뮈의 고향이라고 부르지만 알제리 사람들 사이에서는 카뮈가 그렇게 유명하진 않다고 한다. 사실 나에게도 그렇다. 이방인에 대한 인용 등을 통해 그의 이름을 많이 들어봤지만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으므로 아, 그렇구나 정도이지 큰 감흥이 있진 않다. 어쨌든 카뮈가 티파자의 바다를 좋아했다고 했고 우리는 그 바다에 가는 길이다.


유명인사 카뮈가 추천한 그 바다는 상상과는 달리 한국의 피서철 해운대를 연상시켰다(물론 해운대에서 히잡 쓴 여자들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피서철 해수욕장을 기피하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바닷가에서 어마어마한 인파와 마주한 느낌이었다. 어른 일곱에 아이 열, 우리는 2개의 파라솔과 의자 세트를 빌렸고 아이들은 물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도넛과 커다란 주전자에 차 등을 파는 모습이 뭔가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세계 어디를 가도 다들 피서철, 휴일엔 해수욕장에서 노는구나. 아이들은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바다에서 쉽게 나오지 않았다. 비는 모래성 쌓기에 열심히다. 나는 알제리 여성 수영복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이 눈에 담긴다.


바다가 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새우, 생선 구이와 샐러드 등으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의 기준으로 고급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여기선 분명 매우 고급스러운 식당인 듯했다. 양식이 없는 나라라니 양식 있는 나라에서 온 우리에겐 상에 올라온 이 모든 식재료들이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산이란 딱지가 붙는다. 알제리는 지중해에 위치하지만 근접 국가들에 비해 어업이 발달하지 못해 어업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데, 주로 새우, 오징어, 도미류 등의 생선이 잡히는 모양이다. 알제리의 주된 산업이자 수입원은 석유 수출(앗, 미국 셰일가스개발로 향후 100년 동안 석유값은 떨어지기만 할 거란 소문이 있던데)이라고 한다. 나는 불현 알제리가 많은 자원을 가졌지만 그것을 산업이자 자본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부족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으니 그저 성장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인지했다로 마무리해야겠다.


집에 돌아오는 길 차가 꽤 막혀 11시가 넘어 도착했다. 옆에 있던 아이들도 나도 곯아떨어져서 차에 실려 오는 중 루이스에게 어디냐는 전화가 왔다. 우리가 들어오지 않아 걱정이 되었나 보다. 숙소에 돌아가 보니 루이스와 친구들이 마지막 한잔을 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수도를 고쳤다며, 그런 일은 (수도가 고장 나고 전기가 안 되는) 알제리에서도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가 오자마자 그런 일을 겪어 혹시나 알제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걱정하는 눈치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집이 알제의 일반적인(평범한? 흔한? 어떤 말이 어울리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집 일리 없다는 것을. 그들이 알제리안이지만 그냥 알제리안이 아닌 것처럼(자세히 알고 보면 평범하고 흔하고 일반적인 그런 건 없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루이스가 막 작업을 마친 라바흐가 출현하는 알제 프로젝트 영상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잘 모르는 알제가 되게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라바흐는 어제보다 훨씬 멋진 사막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어제와 달리 사진들은 슬픔의 감정을 꼬리표로 달고 내게 다가왔다. 우리는 하루새 과연 저 사막에 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굳이 공유하지는 않았다. 그저 순간의 흥을 즐기며, Yo~ Algerian spirit!!


<표지 사진 : 티파자 해변>



다음이야기 : 알제의 유일한 코워킹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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