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하여
나는 짝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짝사랑의 기운이 감지되면 얼른 닦아버린다. 세정액을 칙칙 뿌리고 키친 타월을 쓱쓱 뽑아 말끔히 닦아버린다. 단단한 껍질을 머리 끝까지 당겨 올린다. 담담함을 연기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되고 싶었다. 머리론 그랬다. 하지만 실제론, 일방형이라는 촉이 오면 꽁무니 빼기 바쁘다. 단단한 담담함을 입는다.
이런 나도 아이들과는 좀 다르다. 모성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은, 일편단심이다. 뽀도독뽀도독, 습이 찬 거울 위에 작은 손가락이 “엄마, 사랑해요.”라고 쓴다. 젖은 머리카락과 몸을 닦아주려고 아까부터 수건을 펼쳐 들고 서있던 내 안에서, 생경함과 피로감이 충돌한다. 나는 튕겨져 나와 바라본다. 이건 뭐지? 뾰족하게 날을 세워도, 납작하게 무심해도 한결같다. 아이들은 웃음으로, 눈물로, 몸짓으로, 소리로, 글로, 그림으로 그 모든 것으로 사랑한다 말한다.
매일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과연 이런 사랑을 보고 배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