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드려요!

염색하는 도깨비

by 윤소정

염색을 한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당시 유행하던 블루블랙으로 염색을 한 이후 처음이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포니테일로 묶으면 드러난다. 하얀색을 띤 가는 머리카락들이. 수를 헤아릴 수 있는 정도의 가닥가닥일 뿐인데, 인상을 다르게 만든다. 남편은 측은해하고, 아이는 엄마 이제 할머니 되는 거냐고 묻는다. ‘어쩌지?’ 잠시 고민하다, '그냥 두자.’ 한다. 귀찮은 건 딱 싫다. 내 귀차니즘은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을 다 이긴다. 하여 나는, 피부 관리, 모발 관리, 몸매 관리, 패션 관리, ‘관리’의 세계에 아직 입문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길쭉한 통에 든 크림을 짜서 머리가 셋 달린 핑크색 도깨비 빗에 바른다. 남편의 시선에서 측은함을 지우고, 아이의 물음을 나중으로 미룬다. 무엇보다, 내일 부모님이 오신다.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들의 반응, 그려지기 전에 지운다. 속상하지 않게 쓰윽쓰윽, 쓱쓱, 스익스익.


이제, 도깨비가 소원을 들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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