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지 않는 삶

아무것도 아닌 채로의 존재

by 윤소정


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여유 있을 때만 마음 내는 걸로 족하다고 생각하냐,고 그녀는 물었다. 웃고 있었지만 바짝 날이 선 물음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귀를 기울이다 가장 여린 곳을 훅 베이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철철 울었다. 존경하던 어른이었다.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오해라고, 오해하신 거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나는 나 하고 싶은 거 하나도 못 하고 있다고, 내 새끼만 귀하고 예뻐서 끼고 있는 게 아니라고, 주어진 그 얼마간의 역할과 몫만으로도 너무 숨이 차다고, 버겁다고 변명하고 싶었다.


“이제 누군가를 동경하지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말했다. 눈물을 쏟느라 덜컹거리는 내 머리통 위에 죽비처럼 떨어진 말이었다. 울음이 멎었다. 벌게진 눈을 들어 보니 익숙한 두 눈이 ‘너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라고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짝사랑은 할 수 없지만 동경하기를 좋아하던 나는, 짝사랑을 하며 동경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마치 그 무엇도 동경해본 적 없는 것처럼 그저 작고 가벼운 존재로 부유한다. 동경하던 그 모든 것들이 뿌리부터 내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 어쩔 새도 없이 가벼워져 버렸다. 이후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채로, 그저 바람에 흔들린다. 아무것도 아닌 것의 뿌리가 끌어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그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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